주요 정당은 20대 총선에서 20~30대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대학생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는 공약을 일제히 발표했다. '임대주택 확대'는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다. 하지만 이번엔 타깃이 약간 달라졌다.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목표로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월 "주거 불안정은 청년 일자리 감소와 결혼·출산의 유예를 낳고, 나라의 미래에까지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약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2017년까지 14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임대주택을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5만 가구씩 공급하고, 임대주택 재고량 목표인 250만 가구 중 3분의 1(38만 가구)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 재원으로는 국민연금에서 매년 10조원씩, 10년간 총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국민연금을 활용해 만 35세 미만, 신혼부부 대상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은 구체적인 투입 금액과 목표 가구 수는 밝히지 않았다.

◇청년 임대주택 필요…문제는 땅과 돈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가 주요 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주택 시장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선 수입이 적은 20~30대는 집값의 절반 수준이던 전셋집에 살다가, 돈을 모아 30대 후반~40대 초반이 되면 적당한 규모의 대출을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공식이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 5~6년 사이 전셋집이 주택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고종환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시장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오던 전셋집이 사라지고, 반(半)전세가 확산되면서20~30대의 주거비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75%,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90%에 육박한다.

젊은 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문제는 '땅'과 '돈'이다. 현 정부가 젊은 층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인 '행복주택'도 비슷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행복주택은 대중교통 여건이 우수한 도심 철도 부지와 빈 공장 부지, 유수지 등에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46㎡ 이하)를 지어 젊은 층에 시세의 60~80% 수준에 공급한다.

행복주택의 취지는 좋지만, 교통 여건이 뛰어난 도심에 소형 아파트 14만 가구를 모두 지을 수 있는 국·공유지를 찾기는 어렵다. 재원도 문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국·공유지에 행복주택을 짓는 비용은 평균 1억2100만원이다.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이 50%, LH가 30%, 나머지 20%는 입주자가 각각 부담한다. 입주자 부담을 제외하면 한 채당 1억원 정도 공공에서 부담하는데, 14만 가구를 지으려면 공적자금 14조원이 든다. LH 관계자는 "입주자가 임대료(월 10만~20만원)를 내더라도 행복주택 1채를 지을 때마다 1330만원씩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134조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LH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다.

◇"임대주택에 국민연금 활용은 곤란"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임대주택 공급 재원으로 51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국민연금을 투자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전 국민의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 투자처 결정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부동산은 시세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어 안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연금 자산 운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젊은 층 주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20~30대 가구를 좀 더 세밀하게 나눠 본인과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에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공급 목표도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