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부산 앞바다를 한 바퀴 도는 팬스타 엔터프라이즈의 '원나잇 크루즈'를 체험하기 위해 부산으로 출발했다.
오후 4시 30분쯤 부산역 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서쪽으로 2km쯤 떨어진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60대 여성이 돌연 말을 걸어왔다. "계모임을 하는 친구 10명과 함께 대구에서 크루즈를 타러 왔다"고 했다.
"크루즈 상품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먼저 타 본 친구 한 명이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 난 이번에 처음 타봐."
크루즈가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뜨고 있다는데, 귀 밝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듯했다.
◆ 탑승객 50대 전후가 대다수...단체 관광객 많아
터미널 안은 탑승객들로 붐볐다. 주말 관광을 나온 보험사 단체 손님들도 보였다. 10명, 20명 씩 짝을 지어 온 50대 장년층이 많았다. 젊은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바다 멀리서 팬스타 드림호가 터미널로 다가왔다. '승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안내 방송에 따라 크루즈에 올랐다.
"승선을 환영합니다. " 승무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로비로 갔다.
◆ 부산앞바다로 출항 '태종대, 해운대 찍고 광안리로'
오후 5시가 되자 '두드루룽' 소리와 함께 선체 엔진이 돌았다. 갑판 위에 서자 상큼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관광객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탁 트인 바다 너머로 태종대, 몰운대, 해운대, 동백섬, 광안리 앞바다가 펼쳐졌다.
20분쯤 지났을까? 감만부두에 정박한 미국 로얄캐리비안의 17만톤급 크루즈 여객선 퀀텀오브더씨즈호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줄이 부산 시내를 쏟아졌다.
국내 유일의 크루즈선인 팬스타드림호는 2만1866톤급 페리호였다. 승객 수송용으로 만든 페리호를 팬스타 엔터프라이즈가 인수, 크루즈선으로 개조했다. 퀀텀오브더씨즈호의 어마어마한 덩치와 비교하면 조각배에 불과한 크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크루즈 여행 개념'으로 운영하는 유일한 배다.
주말 부산 앞바다에서 1박 하는 '원나잇 크루즈'와 주중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국제 노선이 있다.
◆ 공연장, 면세점, 편의점…'다 있네'
로비는 아기자기했다. 중앙 홀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시설들이 줄지어 있었다.
안내데스크 오른쪽에는 면세점, 일본 음료를 파는 자동판매기도 있었다. 면세점과 음료 자판기는 오사카를 오갈 때만 개방한다. "음료도 면세품이기 때문"이라고 승무원이 설명했다.
마술쇼 등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옆에 마사지를 하는 곳도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고 했다.
편의점에선 음료, 과자, 컵라면 등 배 안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물건을 팔았다. 일본식 술집도 문을 열었다.
중앙 로비를 중심으로 뻗어있는 복도를 걸었더니 사우나가 보였다. 사우나에서 바다를 훤히 내다 볼 수 있는 창문이 눈에 쏙 들어왔다.
라운지 창가에 일렬로 의자가 늘어선 간단한 바가 마련돼 있었다. 내부 장식이 전부 나무였다. 고급스런 느낌이었다. 안마 의자 두 대가 보였는데, 고급 객실 이용객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잠깐 바다를 바라봤다.
저녁 6시가 되자 식당 문이 열렸다. 저녁은 뷔페였다. 한 번에 200여명이 50분간 식사를 했다. 탁자마다 와인이 한병 놓여있었다.
다시 창가에 앉아 와인 한 잔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바다가 황금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부산 앞 바다가 이렇게 멋진 곳이었나? 마치 바하마 군도나 지중해 바다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 '한국어 유창' 외국인 승무원이 한국인보다 많아
팬스타 크루즈 승무원들 가운데는 외국인 승무원들이 많았다.
식사를 돕는 승무원도 외국인이었고,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도 외국인이었다. 편의점에서 콜라 한병,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른 뒤 계산대 앞에 섰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인도네시아에서 왔습니다."
한국말이 꽤 유창했다.
팬스타드림호에는 필리핀 승무원이 11명이나 된다. 인도네시아 승무원도 6명이다. 4년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국인 승무원 12명, 운항부 승무원 24명, 공연스텝 6명 등 59명이 팬스타드림호를 운영한다.
◆ 밤엔 마술쇼, 선상에선 불꽃놀이, 카페와 선상 포장마차도
오후 8시가 되자 배는 광안리에 도착해 있었다. 보라색 조명의 광안대교가 눈 앞에 우뚝 섰다. 광안대교 너머로 휘황한 불빛을 내는 해운대 초고층 빌딩들이 보였다. 바다 한 가운데 보는 광안대교와 해운대는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바다 위에 뜬 신기루를 보는 것 같았다.
'원나잇 크루즈의 자랑, 불꽃놀이가 곧 시작됩니다.'
안내 방송과 함께 승객들이 일제히 갑판 위로 줄줄이 올라왔다.
'휘이이 펑펑', '휘이이 펑펑'
탑승객들이 연달아 터지는 불꽃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색소폰 공연과 마술 쇼가 이어졌다. 승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터트렸다.
공연이 끝나자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포장마차와 카페가 승객들로 북적였다. 자식 얘기, 친구 얘기, 여행 얘기로 꽃을 피웠다.
부산 앞바다 선상 크루즈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크루즈 승객이요. 계속 늘고 있어요."
10일 오전 6시 50분. 아침 식사를 알리는 안내 방송에 눈을 떴다. '아침이 대수냐'며 뒤척이다가 헐레벌떡 식당에 내려갔다.
저녁 메뉴는 갈비찜, 비비큐, 새우 튀김이었는데, 아침은 호텔 조식과 비슷했다. 패스츄리 등 빵과 달걀 스크램블, 파인애플, 딸기, 바나나 등 과일이 제공됐다.
아침 8시 40분이 되자 하선을 준비했다. 안내 직원에게 전날 빌렸던 전압 변환용 콘센트를 반납했다. 팬스타드림호는 일본에서 만든 배라 전원이 110볼트 규격이었다.
안내 방송을 하는 남희경(26·여)씨는 입사 5개월된 신입사원이었다. 남씨는 "처음 입사할 때보다도 승객이 더 많이 늘었어요. 국적 크루즈선이 생기면 저도 거기서 일하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 아침 공기가 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