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 씨는 지난해 카드사에서 개인정보 도용 여부를 무료로 확인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던 지라 큰 의심 없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런데 6개월 후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다 ‘신용정보 보호 서비스’ 명목으로 매달 3300원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니 “상담원이 유료 서비스라는 것을 고지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가입 당시 상담원이 한 달 ‘무료’라는 점만 강조하고 그 이후 과금에 대해서는 너무 빨리 말해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서비스를 해지하고 이용 요금을 돌려받기 위해 며칠간 카드사와 승강이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으로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로 카드사가 전화마케팅(TM)으로 판매하는 상품들인데, 유료 서비스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채무면제·유예상품, 소비자 민원 75%가 불완전 판매

채무 면제·유예상품은 카드사들이 판매하는 대표 TM 상품이다. 카드사가 회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회원에게 사망·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 주는 상품이다. 카드사들은 결제 금액의 0.03%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상품 가입은 소비자 요청이 아닌 TM을 통해 이뤄진다. 이용 요금도 명세서에 일반 사용 내역과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요금 출금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 등 7개 카드사는 최근 5년(2011~2015년)간 채무면제·유예상품 판매로 약 903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원이 2012~2015년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채무면제·유예상품 관련 상담 544건을 분석한 결과,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전체 79.3%(431건)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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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관계자는 “채무면제·유예상품 판매를 권유하는 전화를 받을 경우 수수료·보장 내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가입한 뒤에라도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30일 이내에 가입 신청을 철회하면 된다”고 말했다.

◆ 중복 가입해도 보장은 동일… 신용정보보호 서비스 소비자 분통

카드사들이 TM으로 판매하는 신용정보보호 서비스는 310만명이 이용 중이다. 신용정보보호 서비스는 카드사와 신용정보사, 보험사의 서비스가 결합한 상품으로 보이스피싱 등으로 금전 손실이 발생했을 때 피해 금액을 보상해준다.

이 서비스 역시 소비자들이 이용 사항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신용카드사의 신용정보보호 서비스 실태를 점검한 결과, 4만6000여명의 이용자가 2개 이상 중복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3개 이상 가입 고객도 3642명에 달했다.

신용정보보호 서비스는 중복 가입해도 보상금은 동일하게 지급된다. 보이스피싱으로 1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1개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는 1개 카드사에서 100만원을, 2개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2개 카드사에서 각각 50만원씩 피해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비자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금감원은 신용정보보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자 중복 가입한 소비자가 해지를 신청하면 요금을 전액 환급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상품 명칭이 다르고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없어 이런 부분의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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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ISP 무료인 줄 알았더니… 매달 550원 빠져나가

국민카드와 BC카드가 제공하는 ‘모바일 안전결제(ISP)’도 일부 유료 서비스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대부분 모르고 있다. 모바일 ISP는 휴대폰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매번 입력하지 않고 미리 설정한 ISP 인증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PC와 모바일 ISP는 모두 무료다.

문제는 휴대폰에 저장된 ISP 인증서를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ISP 휴대폰 저장 서비스’ 등 일부 프리미엄 서비스다. 매월 550원(부가세 포함)이 부과되는 서비스임에도 유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가 많다. 초기 결제창 하단에 ‘이용 요금’ 문구가 있지만, 크기가 작아 대부분 소비자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또 카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매달 이용 요금이 빠져나간다. 신용카드를 해지해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ISP 이용 요금은 소비자들이 결제를 할 때 약관은 대부분 ‘예’만 누르고 지나가는 것을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