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개발·제조를 의뢰받아 생산하는 업체 한국콜마는 지난해 한 유명 외국 화장품 회사 A사로부터 제조 의뢰를 받았습니다. 기준이 까다로운 글로벌 업체로부터 화장품 제조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죠. 하지만 A사는 해당 제품에 한국콜마라는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화장품을 만드는 건 한국콜마인데도 소비자는 누가 만들었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겁니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수입 브랜드 화장품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현행 화장품 표기법 규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규정은 화장품 제조업체는 '제조업자'로, 이를 유통·판매하는 회사는 '제조 판매업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분류만 있다 보니 대부분 외국 화장품 업체들은 자신을 '제조업자'로, 한글 설명 스티커를 붙여 파는 유통 회사를 '제조 판매업자'로 표기합니다. 실제 제조자는 슬그머니 빼버리는 겁니다.

혼란은 국산 화장품에서도 나타납니다. 국산 화장품 중에는 '제조업자'와 '제조 판매업자'가 다르게 표기된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두 회사가 모두 제조한 듯 보이지만 이런 경우 제조 판매업자는 브랜드만 입혀 파는 회사입니다. 반면 의약품과 건강 기능 식품은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를 명확히 구분해 표기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최근 문제가 되는 이유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 ufacturing, 제조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조되는 화장품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ODM 방식은 하도급 업체에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맡기는 방식으로 판매 업체는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여년간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온 같은 화장품 ODM 업체가 성장하면서 현재 자체 제조 기술 없이도 화장품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5000여개에 달합니다. 실제로 이런 산업 내 분업으로 K뷰티가 성장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기 위해서는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