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가로놓인 육교를 건너 30m쯤 언덕을 올라가자 지상 5~7층 규모의 주택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245㎡형이 77억원에 팔린 국내 최고가 아파트 '한남 더힐'이다. 옛 단국대 부지에 지은 이 단지는 전직 장차관, 탤런트, 중견기업 대표 등이 많이 산다.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차는 포르셰·아우디 같은 고급 수입차가 대부분이었다. 정문에는 검은색 양복 차림의 경비원이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같은 시각 한남 더힐 맞은편 대로변의 '한남동 외인주택'에는 내로라하는 국내 건설·부동산 업체 직원들이 대거 몰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땅을 팔기 위해 주최한 현장 설명회 자리였다. 다음 달 3~4일 공개 입찰을 앞둔 외인주택 부지는 부동산 업계 최대 관심사다. 입지(立地)가 워낙 좋아 '제2의 한남 더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설명회에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반도·호반건설·KCC 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과 하나금융투자증권·교보증권 등 금융사 관계자도 보였다. 야외에 마련한 좌석 200개가 일찌감치 동날 정도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이만한 금싸라기 땅을 찾기 어렵다"며 "입지가 뛰어난 데다 사업 덩치가 있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주택에서 열린 입찰 관련 설명회에서 건설사 관계자 200명이 참석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뒤에 보이는 아파트 등 10개 동과 부지 6만677㎡가 매각된다. 외인주택 부지는 한남대로와 인접했고 평지라'금싸라기 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인주택 부지 면적은 6만677㎡로 매각 예정가는 6131억원이다. 하지만 최종 낙찰 가격이 1조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해 경쟁이 과열되면 입찰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인주택 부지가 땅값이 비싼 만큼 고급 빌라 단지로 개발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용적률이 원래 200%이지만 남산 조망권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18~30m)이 있어 실제 용적률은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윤석미 한남힐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남 더힐은 언덕에 있지만 외인주택은 평지인 데다 큰길에 있어 접근성이 더 좋다"며 "부촌(富村)인 한남동 특성을 살려 고급 주거 단지로 개발한다면 한남 더힐을 능가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를 짓기는 불가능하고 지상 10층 안팎의 아파트 600가구 정도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가격은 국내 최고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영옥 정보뱅크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달고 최고급 자재를 쓴다면 분양 가격이 3.3㎡당 5000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임대로 공급됐던 한남 더힐은 분양 전환 이후 최근 시세가 3.3m당 평균 7500만~8000만원이다.

하지만 땅값이 1조원대까지 치솟으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땅을 매입한 후 시공만 해달라고 제안하면 모를까 자체 사업으로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대로변에 접해 소음이 우려되고 한남고가에서 단지가 내려다보이는 모양이어서 외부 노출을 꺼리고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는 고급 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