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기본요금 없이 매달 음성통화 50분을 무료로 쓸 수 있는 ‘A제로 요금제’를 우체국에서 선보였던 에넥스텔레콤이 출시 3개월 만에 해당 요금제의 우체국 판매를 중단했다.

에넥스텔레콤은 4일 “이달부터는 우체국이 아닌 자사의 온라인 직영 판매점인 ‘A모바일숍’에서만 A제로 요금제 가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현재 우체국 알뜰폰에 입점한 제휴업체는 총 10개다. 이들 사업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요금제 상품을 교체할 수 있다. 에넥스텔레콤은 올해 1월 4일 A제로 요금제를 처음 선보여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월간 50분 이하로만 통화하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가졌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우체국에서 이뤄진 A제로 요금제 가입 건수는 총 4만8005건이다. 이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집계된 우체국 알뜰폰 가입(19만8377건)의 24.2%에 해당한다. 에넥스텔레콤이 A제로 요금제와 함께 선보인 A6000 요금제 가입 건수도 3만372건에 이른다.

3월에는 회사 측의 요청으로 가입 신청 업무가 중단됐다. 당시 에넥스텔레콤은 “밀려드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우체국에 가입자를 받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콜센터 직원 100여명이 상담전화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자사 웹사이트에 별도의 상담 페이지를 개설했다.

지연된 개통 주문을 해결한 에넥스텔레콤은 아예 A제로 요금제를 우체국 상품 목록에서 뺐다. 회사 측은 A제로 요금제 대신 월 1만2500원에 음성통화 100분, 문자메시지 100건,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A12500 요금제를 우체국 상품에 추가했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잦은 개통 지연으로 고객 불만이 쌓이고 있어 판매 채널을 일원화하기로 했다”며 “자사 온라인 직영점에서 계속 판매할 예정이므로 딱히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그러나 요금제 출시 3개월 만에 최대 오프라인 가입 루트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에넥스텔레콤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 우체국 알뜰폰을 찾는 경우가 많은 노년층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주부 임연자(가명·62)씨는 “지난달 집 근처 우체국에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A제로 요금제는 판매중지 상태라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판매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체국에서 아예 빠졌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경쟁사는 에넥스텔레콤이 처음부터 공짜 요금제를 우체국에서 오래 판매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알뜰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재무 상태가 그리 양호하지 않은 에넥스텔레콤이 공짜 요금제를 내놨을 때 관련 업계에서는 ‘무리수’라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치고는 너무 무책임하게 뒤로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A제로 요금제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요금제를 접한 소비자들이 알뜰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모든 알뜰폰 업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