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말하지만, 내가 엔지니어라면 '이그조(IGZO)'를 선택하겠습니다. 이그조는 OLED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더 좋습니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가운데)과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오른쪽)이 2일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악수하고 있다.

샤프를 인수한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 회장이 한국이 주도하는 OLED 기술보다 샤프의 LCD 기술이 낫다며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2일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과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은 일본 오사카 사카이시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훙하이의 샤프 인수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앞으로 샤프 디스플레이 60%는 이그조를, 40%는 OLED 기술을 쓰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그조 패널은 인듐 (In), 갈륨(Ga), 아연 (Zn), 산소(O2)로 만든 액정으로 앞 글자를 따서 IGZO(이그조)로 불린다. 샤프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애플의 주요 하청업체인 폭스콘의 모회사인 훙하이는 100년 역사를 가진 샤프의 의결권 66%를 소유한 모회사가 된다.

◆ 궈 회장 "샤프 LCD 효율 더 좋아" 도발

이날 궈 타이밍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겨냥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로이터는 궈 회장의 발언을 두고 "이그조를 무기로 한국의 OLED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그조는 그동안 삼성전자 노트북을 비롯해 샤프의 스마트폰·태블릿PC, 애플의 아이패드에 탑재됐다.이그조와 경쟁하는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전자 업계는 궈 회장이 애플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훙하이 그룹에 인수된 샤프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궈 회장이 "샤프의 40%는 OLED 기술을 쓰게 될 것"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샤프가 이그조를 내세워 LCD 시장의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OLED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나서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스콘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중소형 OLED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7부터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폭스콘 없이는 애플의 아이폰도 나올 수 없기 때문에 폭스콘의 협상력이라면 삼성이나 LG의 점유율을 충분히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대형 LCD 비상등…"최악의 시나리오"

샤프는 대형 TV 제조에 필요한 모든 자산을 갖춘 회사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에 있는 샤프의 사카이(堺) 공장은 60인치 이상 고품질 LCD 대형 패널을 생산하는 10세대 라인을 갖췄다.

삼성과 LG의 주력 생산라인인 7, 8세대에서 60인치 이상 LCD를 생산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판에서 쓰지 못하고 버리는 면적이 많다는 뜻이다. 예컨대 8세대 기판에서는 최대 3장만의 60인치 패널을 만들 수 있다. 10세대에서는 기판당 10장씩을 만들 정도로 채산성이 좋아진다. 삼성전자(005930)가 샤프 인수에 끝까지 관심을 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훙하이는 궈 회장의 협상 능력 덕분에 샤프를 원래 제시했던 가격보다 더 싸게 인수했다. 훙하이는 지난 2월말 샤프의 대규모 우발채무가 발견됐다며 인수 계약을 연기하고 재협상을 했다. 은행 빚 상환 일정에 내몰린 샤프는 이에 당초보다 1000억엔 낮은 3890억엔(약 4조원)에 회사를 넘겼다. 일본 매체들은 이를 두고 "샤프가 궈 회장의 협력 전략에 농락당했다"고 말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한국 LCD업계가 중화권 기업들의 물량공세로 점유율을 뺏기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홍하이그룹의 샤프 인수는 국내 업체에 가장 좋지않은 시나리오"라며 "10세대 라인의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낮은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면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은 이전에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LCD 패널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교란한 전례가 있다"며 "이익률이 가뜩이나 낮은 LCD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국내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