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이 회사 설립 30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65개 기업을 '상호출자⋅보증채무 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하림은 지난해 6월 해운업체 팬오션을 4조 2000억원에 인수하며 자산이 9조 9000억원으로 증가, 올해 처음 재계 서열 38위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것이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제한되고, 회사 경영에 대한 공시의무 등을 가진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합병,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달라지는 것'과 하림의 과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새로 받는다. 계열 회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되고, 기업 현황 등 각종 공시의무를 다해야 한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이번에 지정된 대기업 집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업 현황을 분석하고 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소유 지분, 순환 출자, 내부 거래 등 지배구조 현황을 단계적으로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림은 당장 일감 몰아주기와 지배구조 전환 규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하림은 1차 산업인 축산업부터 식품 가공 및 시장 유통까지 통합 운영하고 있다. 각 단계를 수직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림은 또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등 2개의 지주회사를 가지고 있어 복잡한 순환출자와 지배구조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우용민 하림 홍보과장은 "대기업 집단에 주어지는 법적,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다하겠다"고 말했다.
◆ 하림은 어떤 회사
김홍국 하림 회장은 1978년부터 가금농장을 운영하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한 지 30년 만에 계열사 58개를 거느리는 대기업을 일궜다. 자산 9조 9000억원, 매출 7조원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림은 육계시장 및 사료시장 국내 1위다. 지난해 국내에서 8억 마리의 닭을 도계 가공했으며, 해외에서도 8300만 마리를 가공 처리했다. 브랜드 돈육시장 1위, 민간 부문 사료 판매량 1위, 건화물 해상 운송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잘 알려진 계열사로는 팬오션, NS홈쇼핑, 에코랜드, 하이포크, 선진포크, 주원산오리 등이 있다. 금융⋅보험회사 계열로 에코캐피탈도 소유하고 있다.
한편 하림은 최근 급성장하면서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환경단체가 지난 3월 '하림 익산공장이 축산 분뇨를 해양에 투기하고 있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1일엔 영세 양계업자가 '하림의 갑질로 큰 손해를 봤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 대기업 지정 제도란
공정위는 매년 4월 1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을 지정한다. 이 제도는 대기업의 독점과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처음 도입됐다. 1993년(상위 30대 그룹 지정)과 2002년(자산 2조원)에 기준을 변경한 데 이어 2008년부터 자산 5조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