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첨단 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로 무장한 제품을 선보이며 '가전(家電)' 시장에서 주도권 전쟁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대규모 출시 행사를 갖고 가전의 '진화(進化)'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 삼성·LG,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격돌'…IoT VS 브랜드

LG전자는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초(超)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인 'LG 시그니처(LG SIGNATURE)'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 LG 시그니처 신제품을 이달 말부터 차례로 출시한다.

(왼쪽부터)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부사장),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사장),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이 LG시그니처 제품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얇은 두께(2.57㎜)에 세련미를 강조했다. HDR(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기술인 '퍼펙트 HDR'로 생생함을 극대화했다. HDR은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TV에 나타낼 수 있도록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 회사인 하만카돈과 함께 개발한 4.2채널 스피커를 스탠드에 내장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905리터(ℓ) 용량의 상냉장·하냉동 방식이다. 투명한 '매직스페이스'와 스마트폰의 '노크온' 기능을 결합한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를 탑재했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를 두 번 두드리면 냉장고 내부의 조명이 켜지면서 투명한 유리를 통해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그니처 냉장고는 오토 스마트 시스템도 적용했다. 양손에 식재료나 그릇을 들고 있어서 냉장고 문을 열기 어려운 경우 사용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이를 인식해 상단의 오른쪽 냉장실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두 제품의 가격은 TV가 1100만원, 냉장고가 850만원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LG 시그니처는 개별 제품이 얼마나 팔리느냐 보다는 LG 브랜드 전체를 견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프리미엄 브랜드에 계속 투자를 하면서 후속 모델이나 제품, 카테고리 등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미디어데이에서 신개념 냉장고 '패밀리 허브'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금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이지만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더한 스마트 냉장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출시했다.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도어에 위치한 21.5인치 풀HD 터치스크린으로 저장실별 기능을 설정하고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냉장실 내부에 장착된 3대의 카메라로 보관 중인 식품을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디데이(D-day) 아이콘'으로 보관 중인 식품별 적정 섭취 기한도 설정할 수 있다. 가격은 649만원이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韓가전업계, 위협하는 중국·수익성 악화

두 회사가 모두 프리미엄 가전 제품군을 늘린 배경은 '수익성' 때문이다. 글로벌 불황으로 가전시장은 성장을 멈췄다. 제품가격을 저가로 만들어 대량으로 판매해 이익을 얻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의 매출은 21조4599억원, 영업이익은 7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11.8%(2조8598억원) 줄고 영업이익은 92.1%(8822억원)나 급감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HA‧HA) 부문도 같은 기간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49.9%(4294억원) 각각 감소했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최대 시장인 북미 등에서는 선방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화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시장에 의존하면 매출과 수익성 모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도 명품 등 상위 5% 부자를 위한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는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도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브랜드를 사들이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는 일본 전자기기 대기업인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제조하던 중국 샤오미 역시 최근 소형가전에서 TV, 공기청정기 등 대형 가전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