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와서 가장 화두가 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빅데이터(Big Data)’일 것이다. 비단 경영분야뿐 아니라 공공, 의료, 방송, 교육 분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는 그 활용성과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을 만큼 우리는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기술(IT)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사물인터넷(IoT)의 도래가 가시화됨에 따라 빅데이터에 관한 관심과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2013년 1643억원에서 2014년 2013억원으로 22.5%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5년에는 2623억원으로 30.5%의 성장률을 보였다. 빅데이터 관련한 정부의 투자도 2013년 230억원, 2014년 490억원에서 2015년 698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에서 민간기업들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파일럿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분석 시스템의 구축이 본격화되고, 실제적인 활용 사례가 나타나면서 향후 기업들의 빅데이터 도입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이뤄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가 고객관리, 리스크 관리, 트렌드 및 비즈니스 환경변화 예측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들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업무 특성이나 규모를 고려할 때 빅데이터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그 도입 효과에 대해 불신을 갖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1.6%였다.

또 이미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도 막대한 투자비용, 전문 인력의 부족, 개인정보보호법 및 제도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가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행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2014년 마이크로스트레티지코리아와 한국IDG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내 빅데이터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30명 중 57.1%가 빅데이터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권자로 CEO를 꼽았다. 반면,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의사결정권자라는 응답은 16.3%에 불과했다.

다른 IT 프로젝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CIO가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독특한 현상이다. 그만큼 빅데이터의 도입과 활용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며 CEO의 빅데이터에 관한 관심 역시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세에 휩쓸리거나 경쟁을 인식해서가 아니라 빅데이터가 왜 진짜 필요한지를 인지하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적극 도입,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거두기 위해 CEO에게는 어떠한 능력과 시각이 필요한가.

첫째,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통찰력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정보 부족으로 의사결정에 불확실성이 있었다면 빅데이터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로 인해 의사결정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무엇이 진정 기업에 유용한 데이터인가를 파악하고 이러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조합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는 결국 최고경영자의 비즈니스 통찰력에 달려있다.

둘째, 진짜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 전문인력의 양성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은 빅데이터 분석가다. 통계적인 지식과 함께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통찰력을 갖춘 관리자가 필요하다. CEO는 단순히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기술자들보다 이들의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조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혁적 리더십은 1980년대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혁신의 필요성이 고조됨에 따라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변혁적 리더십에 의하면 기업이 진정한 변화를 이룩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변화시켜 더 고차원적인 욕구를 지향하도록 하는 리더십 행위를 보여줘야 한다. 즉, 이상적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주도하며 구성원들의 욕구에 맞는 임무를 부여해야 하고 기존의 틀을 넘어 창의적인 관점을 개발하도록 구성원들을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는 분명 기업들에 치열한 경쟁환경과 장기불황 속에서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때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인해, 때로는 데이터에 대한 직관과 이해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은 의사결정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난관 때문에 눈앞에 놓인 성장의 기회를 놓치려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만큼 최고경영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CEO의 역량이 빅데이터를 통한 성장의 기회를 얼마나 빨리 잡는가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이것이 그 어느 때보다 CEO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코노미조선 3월30일자(143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프로필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 현 연세대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