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마운틴뷰 시(市)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8만7000평(29만㎡)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조성된 구글 본사는 대학 캠퍼스와 흡사했다. 이곳에는 2만명이 넘는 구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많은 직원이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야외 의자에 앉아 맥북으로 작업하거나 동료 직원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 몇몇 직원은 동료 직원과 야외 코트에서 배구를 하거나 아케이드 게임방에서 탁구를 즐기는 등 머리를 식히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본사에서 만난 한 구글 직원은 기자에게 "이러한 모습이 구글 직원들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에는 여전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혁신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구글은 현재 통신장비를 갖춘 열기구를 하늘에 띄워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려는 '룬 프로젝트',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불가능할 것 같은 아이디어와 엉뚱한 상상을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구글은 이를 '우주로 사람을 쏘아 올리겠다'는 엉뚱하지만 혁신적인 사고인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 부른다.

전 세계 직원수 5만명, 매출 750억 달러(2015년 기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구글이 직원 수십 명에 불과했던 시절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며 혁신적인 일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 정신이 중요하다'는 슬로건 보다는 스타트업 문화를 유지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에는 혁신 및 창의성 프로그램 총괄이라는 자리가 있다. 이번에 만난 프레드릭 G. 페르트 혁신 및 프로그램 총괄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동기 부여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신입 사원이 엉뚱한 질문을 해도 잘했다고 칭찬하고 부추기며, 혹시나 다른 사원이 사소한 질문이라고 평가 절하하면 그것이야 말로 창의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저지해준다.

또 구글 사옥 곳곳에 700여개의 '마이크로 키친(소규모 식당)'을 비롯해 많은 푸드 트럭을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구글 한 관계자는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차고에서 창업했던 시절 '배가 고프면 창의력도 없다'는 생각에서 냉장고를 음식으로 가득 채웠던 것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차고에서 회사를 시작한 창업정신을 잇기 위해 아예 '더 거라지(차고)'를 만들었다. 이 공간은 직원들이 뭐든 상상하는 공간이다.

무엇이든 질문하고 대답하는 문화는 'TGIF(Thanks Google It's Friday)'라는 미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매주 금요일 본사 식당 가운데 가장 유명한 '찰리스 카페'에서 열렸던 TGIF는 2013년부터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이 미팅은 화상 연결을 통해 전 세계 구글 오피스 직원들도 참여하는데 금요일에 TGIF를 진행하면 시차 때문에 아시아권 오피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글 창업자와 각 사업부 리더는 이 미팅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하는 질문에 답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업 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한다.

'스타트업 삼성'이 구글의 더 거라지처럼 엉뚱한 상상을 마음껏 펼치고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이재용 부회장이나 사업부 사장단이 모든 직원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구글의 TGIF와 같은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스타트업 정신은 '스타트업'이라는 슬로건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소통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치밀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조직인 구글이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