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치고 어깨가 살짝 뻐근한 정도인데 보험사에서 보상이 된다면서 무조건 병원에 가는 거예요"
보험회사 직원인 A씨는 실손보험을 마치 '눈먼 돈'처럼 사용하는 병원 쇼핑객들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맨손으로 하는 통증 치료인 일명 도수(徒手) 치료를 받아 1000만원 넘는 보험금을 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체형 교정부터 주부들의 비만 치료, 중년 남성들의 골프 근육통까지 온갖 명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수 치료가 실손보험을 좀먹어가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조4137억원이던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2014년엔 4조9228억원으로 44.2% 늘었다. 2011년 109.9%이던 실손보험 손해율(지급된 보험금에 대한 수입 보험료의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124.2%까지 상승했다.
손해율이 124.2%라는 것은 보험료를 100원 내고 보험금으로 124.2원 가져간다는 의미다. 손해율이 높아져서 가입자에게 받는 보험료보다 내줘야 하는 보험금이 더 많게 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은 평균 14% 이상 상승했다.
보험사들은 일부 의사들의 몰염치한 과잉 진료와 소비자들의 동조 때문에 과다 보험금 청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과잉 보험금 청구는 환자들과 일부 의사들의 도덕 불감증으로만 볼 수는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한 해 수조원 대 이익을 챙기는 보험사의 이권이 깊숙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본인 부담금의 80% 또는 90%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최대 지급 한도는 입원일 경우 5000만원, 통원 치료일 경우 10만~30만원선으로 유사하다.
2009년 실손보험의 과도한 중복 판매가 문제가 돼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을 만들었고, 보험사들은 차별성 없는 판박이 상품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장 질환 범위와 보험금 지급액 등에서 차이가 없는 상품 경쟁이 유발되자, 설계사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험금을 잘 타게 해주는 능력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누릴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고객들의 마음이 잘못된 게 아니고 명확한 보장 범위를 차별화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상품 판매에만 급급하게 한 실손보험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료진들과 고객들의 몰염치한 과잉 진료와 치료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특색 없는 실손 상품으로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보험료 인상이라는 책임을 돌리려고 하는 보험사들의 비상식적인 상도(商道)는 용납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