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과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라는 자산 관리 프로그램을 앞세우고 금융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자산 운용 자문에 응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 자산 관리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말은 제법 알려졌지만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궁금증을 일곱 개의 질문으로 꼼꼼하게 풀어봤다.
1 로보어드바이저가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는 어떤 하나의 자산이나 특정 국가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 주요 투자처 몇 곳에 돈을 집중시키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조금씩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세계 곳곳의 투자처를 일일이 커버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인간보다는 로봇(컴퓨터)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2 로보어드바이저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이 작동하는 것인가
이번에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법이다. 딥러닝은 컴퓨터에 많은 자료를 준 다음 스스로 공부해서 패턴을 찾는 것이다. 딥러닝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세계 경기 사이클, 과거의 상품 운용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미래의 투자 수익을 어느 정도는 예측하기 때문에 일종의 딥러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알파고 수준 고도의 딥러닝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3 기존에 은행에서 받던 PB서비스와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 고객의 투자 원금과 위험에 대한 성향, 원하는 투자 기간, 목표 수익률 등을 고려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뽑아내는 것은 이제까지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던 기본적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 여기에 다소간의 빅데이터와 IT 분석 기법을 가미했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설명이다. 기존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적인 자산 배분이 이뤄져 왔는데, 로보어드바이저는 이 수준이 조금 더 고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방대한 과거 수치를 분석해 위험을 분산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하는 수준이다.
4 로보어드바이저와 경력 많은 은행 PB의 투자 배분을 비교하면 어떨까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이자 단점은 7~8개 자산군에 무조건 고르게 배분한다는 점이다. 특정 몇몇 분야가 전망이 밝더라도 그곳에만 '올인'하는 모험을 거의 하지 않는다. 수준이 낮은 로보어드바이저는 기계적인 배분을 하기도 한다. 투자의 분산도가 높다 보니 리스크가 낮아질 가능성은 크다. 이에 반해 은행 PB는 그간의 투자 경험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관적인 배분을 할 수 있다. 괜찮은 곳에 '올인'을 할 수도 있고, 더 자잘하게 배분하는 것을 권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PB가 참고해서 투자자와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5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가입해도 되고, 모바일·인터넷 뱅킹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먼저 질문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과 특성을 진단하고, 투자자가 투자 금액과 원하는 수익률, 투자 목적 등을 입력한다. 이후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체 시스템을 돌려서 일대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 투자자나 투자를 일임받은 금융회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대로 투자를 실행한다.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면 포트폴리오는 자동으로 수정된다.
6 로보어드바이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KB국민은행(상품명 '쿼터백 R-1'), KEB하나은행(사이버 PB), 우리은행(로보어드바이저 베타서비스), NH투자증권(QV 로보 어카운트), 유안타증권(티레이더 2.0) 등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은행권 처음으로 '쿼터백 R-1'을 내놨다. 쿼터백투자자문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판매 중이며 현재 운용 규모는 20억원 정도다. 유안타증권의 '티레이더 2.0'은 매수 또는 매도해야 할 주식이나 거래 타이밍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KEB하나은행도 '사이버 PB'를 도입했다. 사이버 PB는 설문지 분석, 투자 목적 분석, 시뮬레이션, 모델포트폴리오 제안, 포트폴리오 제안 등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NH투자증권이 출시한 'QV 로보 어카운트'도 최소 가입 금액이 250만원으로 기존의 자산 관리 서비스보다 문턱이 낮다.
7 로보어드바이저를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우리은행 홈페이지(www.wooribank.com)에 가면 로보어드바이저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로보어드-알파 사전체험'이라는 배너를 클릭하고 '일반 투자자금, ISA 투자자금, 퇴직금 투자자금'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면 투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5가지 질문이 나온다. 이어 초기 투자 금액과 매달 추가 금액, 투자 기간을 입력하면 추천 포트폴리오가 나온다. 예컨대 투자 성향이 중립형이면, 초기 투자 금액 3000만원을 넣고, 매달 30만원씩 2년간 투자한다고 했을 때 기대 수익률 6%에 기대 자산 4139만원이 계산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하는 구체적인 금융상품명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