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질소(NO)는 우리 몸에서 혈관 팽창과 신경 전달, 면역반응 등에 관여한다. 상처 치유와 항암치료 등 다양한 의료 행위에도 활용된다. 그동안 인체 내에서 NO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방출할 수 있는 전달 시스템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쉽게 변질되는 NO의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의 김원종 그룹리더 연구진은 서울대 의대 김정훈 교수팀과 공동으로 다량의 NO를 저장했다가 선택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나노입자 구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산성도(PH)를 조절해 이 나노입자 구조로 NO의 저장과 방출을 조절할 수 있는 전달 시스템도 개발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는 다량의 NO를 함유한 ‘디아제늄디올레이트’와 빛에 노출되면 산을 생성하는 ‘o-나이트로벤즈알데하이드(이하 o-NBA)’라는 물질을 포함하는 구조다. 입자 표면에는 생체에 유해하지 않은 인산칼슘(CaP) 코팅막을 입혔다.

일산화질소 전달 시스템을 이용해 동물의 손상된 각막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모식도. 빛과 산성도를 조절해 일산화질소를 저장,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입자는 빛을 차단하면 디아제늄디올레이트를 둘러싼 인산칼슘 코팅막이 NO 방출을 억제해 일산화질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빛에 노출하면 나노입자 표면의 o-NBA가 산을 생성해 산에 약한 인산칼슘 코팅막이 분해돼 디아제늄디올레이트가 함유한 NO가 외부로 방출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나노입자의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 각막에 이 나노입자를 적용한 결과 각막 상피 세포가 원활하게 재생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원종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치료용 물질인 NO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박테리아 관련 질환, 혈관 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필요한 NO 전달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나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