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락하며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원화 강세). 원화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비둘기파'(통화 완화)의 면모를 보인 이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날은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달러화 매도),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환율 속도가 급하지 않다"는 발언 등이 원화가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9.9원 내린 115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다. 지난 18일 연저점(1162.5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만에 1150원대로 하락하며 연저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115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 4일(1156.7원) 이후 약 3개월반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의 금리 인상 발언 등에 영향을 받으며 전날보다 0.5원 내린 1163.0원으로 출발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우 완화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지 채 일주일도 되기 전에 '4월 금리 인상론' 목소리가 연준 내부에서 나온 것인데, 연준의 완화 기조를 시장이 지나치게 기대하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1165.1원까지 상승했지만 역외에서의 롱스탑(손절 매도),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달러화 매도) 등이 쏟아지면서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1일(현지시각)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점도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최근 환율 상황에 대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고 했지만, 이제는 떨어지고 있다"며 "사이클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하고, 속도도 지난번 오를 때와 비교해 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원화 강세를 부채질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급락세를 유발한 만한 특별한 재료나 변수는 없었는데 원달러 환율이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유 부총리의 환율 관련 언급과 네고 물량,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겹치면서 하락폭이 가팔라졌다"고 풀이했다.
김은혜 KR선물 연구원은 "연은 총재들의 매파적 발언이 나왔지만, 이들은 정작 FOMC 등에서 투표권이 없다"며 "오히려 시장에 현 상황이 비둘기적이라는 신호를 줬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유지 발표와 네고 물량, 위안화 절하 고시 등이 복합 작용하며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