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가 태양광 전력 팔아 매달 2만9356원 전기요금 절감효과 '기대'
남는 전력 자유롭게 파는 신시장은 갈 길 멀어...관련법 개정해야

경기도 수원시 솔대 전원마을 길목에 서있는 친환경 가로등. 태양광 패널이 장착돼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 실증사업 마을에는 독특한 가로등이 있다?’

햇살이 눈부셨던 지난 18일 금요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솔대 전원마을. 수원역에서 시내버스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이 자그마한 마을에는 주택 18채가 있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 ‘에너지 프로슈머 실증사업 마을’ 표지판이 없었다면 흔한 전원주택 마을과 다름이 없었을 것 같았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이곳에서 ‘프로슈머, 이웃간 전력거래 실증사업 출범식’을 실시했다.

에너지 프로슈머란 프로듀서(producer·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함께 한다는 의미다. 프로슈머는 생산한 전력을 직접 쓰고 남는 전력을 타 가구에 판매한다.

평일 오후라서 마을을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낮잠을 자던 개가 수상한 기자를 보고 깨어나 컹컹 짖고, 가끔 승용차가 느리게 오고 갈 뿐이었다.

첫눈에 들어온 건 가로등이었다. 이 마을의 가로등은 모양새부터 심상치 않았다.

모든 가로등에 태양빛을 흡수해 전기로 바꿔주는 친환경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이날도 이 패널들은 마치 들꽃처럼 조용히 햇살을 흡수하고 있었다.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경기도 수원 솔대 전원마을의 한 주택.

이 마을의 주택들은 서양 영화에 나오는 집들처럼 아기자기했다. 큰 차이점은 지붕마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패널이 건축 자재를 대신해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또 일부 평수가 넓은 집의 경우, 지붕은 물론 옥상에도 별도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18채의 주택 중 11채는 태양광 패널을 통해 일부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11개 가구 중 현재 정부의 전력 프로슈머 실증사업에 참여한 가구는 4개 가구다.

2개 가구는 전력 프로슈머고, 2개 가구는 전력 컨슈머다. 전력 프로슈머는 빛을 전기로 바꿔 일부를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남은 용량을 전력 컨슈머에게 판매한다. 산업부의 일부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는 한전을 통하지 않아도 개인간 전력 직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4개 가구는 모두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절감된 전기요금은 매달 그들이 받는 고지서에 정확히 기록된다.

그렇다면 실제 가계 경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이정석 한국전력 차장은 “작년 8월 시뮬레이션 결과 전력 프로슈머는 매달 2만9356원, 전력 컨슈머는 매달 1만2581원의 전기요금이 각각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 년이면 각각 약 36만원, 약 14만4000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이는 모의실험 결과일 뿐이다. 오는 5월 5일이 되면 이들 가구가 4월5일부터 5월5일까지 사용한 정확한 전기요금 절감분이 고지서에 찍힐 예정이다.

문제는 관련 인프라 구축에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3kW 태양광 패널은 개당 약 210만원이다. 특히 차후에는 송배전망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서도 한전이 빠지고 ‘전력 중개 사업자’가 프로슈머와 컨슈머 가정에 별도 계량기를 설치한다. 이 비용은 중개 사업자와 프로슈머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산한 잠재시장규모는 전국 120만 가구(누진세 5단계 이상)의 약 1조5000억원(주택용 전기요금의 20%)이다. 정부는 향후 제주도 등 신산업 아이콘 지역 및 프로슈머 거래 효과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시행 지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이번 실증사업은 ‘이웃간 짝짓기’에 불과하다. ‘프로슈머가 전력을 생산해서 소비하고, 남은 전력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판매한다’는 본질적인 신시장 형성에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력 발전과 판매 병업을 금지하는 법을 뜯어 고쳐야 하고, 개인 생산 전력에 대한 가격도 명확히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매달 1~2개 실증사업 지역을 추가해 적정 가격 등을 추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 솔대 전원마을의 한 주택.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지붕이 눈길을 모은다.

이십여분 마을을 둘러보고 길을 나서는데, 마을 한구석에 공터가 보였다. 공터 옆엔 ‘마을 정원 만들기 사업으로 유채와 보리를 파종 했습니다. 내년 봄 아름다운 마을이 조성될 수 있도록 출입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새로 시도되는 전력 프로슈머 사업을 지켜보는 주민들과 관계자들의 마음도 이 같지 않을까.

경기도 수원 솔대 전원마을 입구에 놓인 작은 표지판, ‘에너지 프로슈머 - 이웃간 전력거래’ 문구가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