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8일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인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서 국내 방송·통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KISDI는 국내 유선전화 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비(非)경쟁적 시장'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KISDI는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상품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동통신 결합상품의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는 이동통신 3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접한 이동통신 3사는 제각기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며 입장 차이를 보였다. KISDI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2014년 12월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최근 상황까지 정확히 반영한 건 아니다"라며 지나친 논쟁을 경계했다.
◆ "유선·무선 시장에 각각 시장지배적 사업자 존재"
이번 보고서에서 KISDI는 유선전화 시장 1위 사업자인 KT가 2014년 매출액 기준으로 66.1%, 가입자 기준으로 58.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KISDI는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정체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선전화와 함께 비경쟁적 시장으로 꼽힌 이동통신 시장의 1위 사업자는 SK텔레콤이다. KISDI는 SK텔레콤의 2014년 점유율이 통화량 기준 52.0%, 매출액 기준 49.6%, 가입자 기준 46.2%라고 전했다. KISDI는 "LTE(롱텀에볼루션), 알뜰폰 부문의 경쟁 상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 시장 전반의 경쟁 상황 개선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초고속인터넷과 전용회선, 국제전화 시장에 대해서는 "경쟁이 활성화된 시장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KISDI는 이동통신 3사가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유선방송,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의 방송·통신 서비스 가운데 몇 가지를 패키지로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통해 무선시장 지배력을 유선시장으로 전이시키고 있어 시장 황폐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 기업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416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사 이동통신과의 결합을 유도할 경우 지배력 전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017670)은 "결합상품 시장에서 핵심은 이동통신이 아닌 초고속인터넷"이라며 경쟁사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번에 KISDI는 보고서를 통해 "유선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의 유선전화 결합상품은 여타 시장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KISDI는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이 여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면서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관련 자료가 충분히 축적돼야 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 이동통신 3사 해석은 '입맛대로'
보고서를 접한 이동통신 3사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공동 연대를 구축한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이동시장 점유율(49.9%·가입자 기준)보다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51.1%)이 더 높게 나타났다"면서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 전이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기업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2007년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0.7% 수준인 31만명이었으나 2014년 23.5%인 1342만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SK군(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3년 KT를 추월했고, 2014년에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덧붙였다.
또 KT(030200)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2014년 이동통신 시장 영업이익의 107.2%를 점유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두 회사는 "SK텔레콤은 2004년~2014년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영업이익의 82.9%를 차지했다"면서 "누적 영업이익도 32조원에 달해 시장 독점을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자사의 이동전화 가입자 점유율은 2002년 53.2%에서 2015년 44.8%로 하락했고, 매출액 점유율 역시 2002년 60.3%에서 2014년 49.6%로 줄어들었다"면서 "이는 지배력 전이가 발생할 경우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며,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경쟁사들이 자사의 이동전화 결합판매 점유율이 2013년 48.0%에서 2014년 51.1%로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면서 "전체 방송통신 결합판매 중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판매 비중은 초고속·유선전화 결합판매에 비해 훨씬 낮아 경쟁제한성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SK텔레콤은 "이동전화를 포함한 유료방송 결합상품 시장에서 LG유플러스(032640)는 SK보다 3배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특정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가 아닌 시장 전체의 트렌드임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밝혔다.
여재현 KISDI 통신전파연구실 실장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는 각 사업자들이 2014년 12월까지 제공한 실적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다"면서 "정부가 CJ헬로비전 M&A 인가 심사를 할 때는 최신 정보까지 합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