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자체 기획한 보급형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던 SK텔레콤이 이번에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루나워치'를 선보인다. 제조사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스마트폰 시장과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이동통신사가 연거푸 자체 기획 제품을 내민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휴대폰 제조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이동통신사들은 군말없이 가져다 파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런 관계가 서서히 깨지고 있다. 루나워치의 경우도 루나 때와 마찬가지로 SK텔레콤과 TG앤컴퍼니가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생산은 대만 폭스콘이 담당한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루나처럼 루나워치도 애플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도록 개발했다. '애플 제품을 사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는 고객층'을 끌어들여 제2의 루나 열풍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루나워치가 루나 만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각자도생(各自圖生) 움직임에는 분명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애플워치 닮은 루나워치…"닮은꼴 전략"
SK텔레콤(017670)은 3월 18일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는 루나워치를 국내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제품 출고가는 부가세를 포함해 19만8000원이다. 공시지원금 10만원을 받으면 실제 고객부담금은 9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루나워치는 스마트폰 없이 단독으로 음성통화와 문자 송·수신이 가능한 3G(3세대)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제품 두께는 11.3mm, 무게는 58g이고 디스플레이 크기는 1.6인치다. 1기가바이트(GB) 램(RAM)과 8GB 내장메모리, 350밀리암페어아워(mAh) 용량 배터리 등이 탑재됐다. 색상은 화이트와 그레이 등 두 가지로 나온다.
SK텔레콤은 기존 스마트워치 구매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한 뒤 사용 빈도와 선호도가 높은 애플리케이션(앱) 23개를 선별해 루나워치에 담았다. 'T멤버십'과 디지털 음원서비스 '멜론', 대중교통의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T맵 대중교통', 스마트폰 카메라를 멀리서 조작할 수 있는 '리모트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앱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루나워치는 한 눈에 보기에도 애플의 '애플워치'와 비슷하게 생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했을 때도 애플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과 루나를 공동 기획한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대만 HTC 제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기기 뒷면의 달 모양 디자인 등 차별화한 요소가 많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루나워치 제조는 루나 때와 마찬가지로 대만 폭스콘이 담당한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외주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회사다. 휴대폰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루나 디자인이 아이폰과 비슷해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루나의 인기를 이끈 요인 중 하나도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이라며 "SK텔레콤은 애플워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루나워치로 흡수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제조사-통신사, 결별 촉매제 되나
루나워치가 루나처럼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이 스마트워치 분야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시장의 성장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판매 실적과는 별개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단단했던 공생 관계가 점차 느슨해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휴대폰 시장은 제조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이동통신사들이 무조건 가져다 파는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통신사가 직접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데, 이를 통해 통신사들은 휴대폰 제조업체들과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도 "물론 기존 제조사들처럼 많은 양의 스마트폰을 팔지는 못하겠지만, 틈새시장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끼는 제조사도 서서히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이달 11일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국내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렌탈폰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클럽'이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올해 5월 31일까지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갤럭시S7을 구매한 사람이 1년 간 기기를 사용하고 반납하면 2017년에 나올 갤럭시S8 또는 갤럭시노트 신제품으로 바꿔주는 제도다. 제품 구매 비용과 가입비는 모두 삼성카드 24개월 할부로 지불해야 한다. 할부 이자는 5.9%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워치까지 자체 기획해 출시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통신사들은 더 많은 자체 기획 상품을 출시할 것이고, 제조사는 더 다양한 판매 루트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