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9단은 알파고에 1국부터 3국까지 3연패를 당하며 처음 맞붙은 인공지능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최고수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 9단은 4국에서 헷갈리게 수순을 비틀면서 알파고가 자멸에 가까운 수를 연발하도록 유도하며 첫 승을 거머쥐었다. 하루 쉬고 열린 5국에서 이 9단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알파고와 280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세기의 대결로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9단과 알파고의 1국부터 5국까지를 되짚어봤다.

이세돌 9단(왼쪽)이 13일 알파고를 상대로 짜릿한 첫 승을 거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호기롭게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아들인 이세돌 9단, 알파고에 3연패 ‘충격’

이 9단은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글 측으로부터 (알파고와의) 대국을 수락하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며 호기롭게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는 알파고의 경기 전망에 대해 “3대 2는 아니고, 5대 0이나 4대 1 승부로 제가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승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맞붙은 알파고는 생각보다 강했다. 알파고는 지난 9일 이 9단과의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승(기권승)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대국 초반 ‘초박빙’, 중반 ‘이세돌 우세’로 점쳤지만, 이 9단이 123수에서 큰 실수를 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음날 이어진 2국에서도 알파고가 이 9단에 다시 승리를 거뒀다. 이 9단은 1국과 달리 안정적으로 바둑을 두면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알파고가 초읽기에 몰린 이 9단을 압박하며 막판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알파고는 경우의 수가 적어지는 종반에서 끝내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알파고는 211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하루 쉬고 다음날 열린 3국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3국 마저 지게 된다면 5번기 대국에서 패배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9단은 1국 때와 마찬가지로 흑돌을 잡고 초반부터 알파고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전투를 벌였다. 초반에서 승기를 잡지 않으면 경우의 수가 적어지는 후반에서는 알파고의 계산력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알파고는 철벽 방어로 응수했고, 이 9단의 초반 흔들기와 중반 승부수에도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다. 이 9단은 176수 만에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세돌 9단이 12일 진행된 알파고와의 3국에서 흑을 잡고 첫 돌을 착수하고 있다.

◆ “이대로 질 순 없다”…이세돌 9단, 4국에서 ‘아름다운 승리’ 이끌어내

알파고는 이 9단에게 3연승을 거두며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이 9단은 “3번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했다”며 4국에서의 설욕을 자신했다. 4국에서 백돌을 쥔 이 9단은 초반 의외의 수를 두며 실리를 챙겼고, 중후반에 헷갈리게 수순을 비틀면서 알파고가 자멸에 가까운 수를 연발하게끔 했다. 알파고가 180수 만에 불계패를 선언하며 이 9단은 짜릿한 첫 승을 거뒀다.

이 9단은 4국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이번 1승은 이전 대회의 그 무엇과도, 앞으로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알파고는 백돌보다는 흑돌을 쥐었을 때 약하고, 상대방이 예상치도 못한 수를 던졌을 때 ‘버그’에 가까운 실수를 한다”며 알파고의 약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4국에서 백돌로 1승을 거뒀기 때문에 흑돌로 1승을 올려보겠다”며 구글 측에 “흑돌을 선택하겠다”고 제안했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세돌 9단이 15일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부인 김현진씨, 딸 혜림양의 응원을 받고 있다.

◆ 흑돌 쥔 이세돌 9단, 인공지능의 계산력에 도전했지만 ‘아름다운 패배’

이 9단은 15일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결인 5국에서 280수 만에 불계패(기권패)를 선언하며 다섯차례의 대결에서 1대 4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이날 5시간 넘게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흑돌을 쥐며 선을 잡은 이 9단은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초반부터 실리를 챙겨가며 알파고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중국 규칙으로 두는 이번 대국은 백돌이 덤 7집 반을 가져가기 때문에 흑돌이 불리하다. 알파고는 이 9단의 실리 전략에 세력으로 응수했다. 이에 이 9단은 중앙에서 ‘흔들기(상대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를 시도하며 반전을 노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9단이 경기 초반 확보해 놓은 집이 많아 형세는 이 9단에게 유리했다. 특히 경기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알파고가 의미없는 교환을 시도하며 잇따라 실수를 범하자 이 9단 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끝내기에서 놀라운 계산력으로 이 9단을 압박했다. 이 9단이 초읽기 상태에서 수읽기에 몇 차례 실패하면서 알파고 쪽으로 판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앞선 대국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끝내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이 9단은 280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돌을 던지며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을 끝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국이 끝나서 아쉽고 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알파고의 실력 우위는 인정을 못하겠지만 집중력은 역시 사람이 이기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가 아직 완벽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재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립니다]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국, 무엇을 남겼나’ #인사이트 셰어링 행사를 개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