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를 만들던 회사가 스포츠카를 만든다면 어떤 차가 나올까?

‘제대로 된 차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쏟아질 것이다. 농기계와 스포츠카는 구조와 기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을 ‘성공’으로 멋지게 되받아친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제조업체 람보르기니의 창업주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그런 사람이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다.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람보르기니가 특별한 슈퍼카를 내놨다. 첸테나리오(Centenario)가 주인공이다.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첸테나리오.

첸테나리오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86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카본 모노코크 차체에 V12 자연 흡기 엔진을 장착했다. 최대 출력 760마력. 모노코크 방식이란 차체의 외피가 뼈대 역할까지 하는 일체형 제작 방식이다. 차의 무게를 줄이고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더 빠르고 폭발적인 힘을 가진 차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특별한 제작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첸테나리오의 알몸 무게(공차 중량)은 1500kg 수준이다. 이 차의 힘을 고려하면 말 한 마리가 겨우 1.97kg을 끌고 달리는 셈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8초다.

람보르기니 첸테나리오 외관.

첸테나리오에는 ‘공기의 과학'의 결정체다. 앞부분에 있는 커다란 에어스쿱(Air Scoops·공기 흡입구)과 노즈 스포일러는 마치 상대를 노려보듯 으르렁 거린다. 에어스쿱은 차가 앞으로 나갈 때 맞닥뜨리는 공기가 차 아랫부분을 지나 뒤로 흘러가게 하면서도, 차량이 바람에 뜨지 않게 한다.

노즈 스포일러는 기류가 노즈를 눌러, 앞바퀴에 하중을 더해주면서 차체 밑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감소시킨다. 이 장치 덕분에 엔진을 지나는 공기의 양이 증가하고, 뜨거워진 엔진을 더 빨리 냉각할 수 있다. 차량 뒤쪽에는 빌트인 형식의 디퓨저도 달았다. 디퓨저는 차량 하부를 지나온 공기가 뒤로 나갈 때 효과적으로 빼주는 환기 장치다.

실내에는 10.1인티 터치 스크린을 적용했다. 위성 내비게이션, 애플의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투기의 실내 같다. 계기판은 전투기의 그래픽을 적용했고, 내부의 각종 버튼은 마치 미사일 발사 스위치 같이 생겼다.

첸테나리오는 문이 두 개 달린 쿠페 20대, 지붕 없는 로드스터 20대만 생산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190만 유로(한화 26억원)부터 시작한다.

람보르기니 첸테나리오의 실내 모습.

람보르기니를 아는 사람은 첸테나리오를 보면서 ‘아벤타도르’와 닮았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 첸테나리오는 람보르기니의 초고성능 슈퍼카로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아벤타도르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아벤타도르는 1993년 스페인의 사라고사에서 열린 투우 경기에 참여해 투우사와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모델명은 LP 700-4로 최고 출력은 700마력, 최고 속도는 시속 350km 수준이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내는데 2.9초가 걸렸다.

이전 모델인 무르시엘라고가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해 위용을 과시했다면, 아벤타도르는 후속작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자가용으로 등장했다.

아벤타도르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자 이 차를 개발하는데 앞장선 람보르기니 CEO 스테판 빙켈만은 이탈리아 정부가 주는 훈장까지 받았다.

람보르기니 첸테나리오의 모습.

람보르기의 창업주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1963년 설립, 군용 차량을 트랙터로 개조해 팔기 시작했다.
자동차광이었던 그는 당시 슈퍼카로 불리던 몇몇 자동차를 수집해 즐겨 탔는데, 슈퍼카들이 고장을 자주 일으키자 '진짜 슈퍼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람보르기니의 엠블럼은 '황소'다. 페루초의 별자리가 황소자리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1970년대 경제 불황으로 람보르기니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1978년 파산했다. 1987년 크라이슬러가 인수했다가 1999년 이후 폴크스바겐 자회사가 됐다. 디아블로-무르시엘라고-아벤타도르로 이어지는 람보르기니 슈퍼카의 계보는 스포츠카 애호가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이번에 출시된 첸테나리오도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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