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제 원유 가격이 2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원유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s Linked Securities)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2월 원유 DLS 3135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이를 청산한 결과 투자자에게 돌아간 돈은 1067억원(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의 66% (2068억원)를 날렸다는 얘기다. 원유 DLS는 지난해에도 큰 손실을 낸 바 있지만 올 들어 손실 폭이 훨씬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가 도래한 원유 DLS 규모는 8257억원인데, 이 중 1117억원(13.5%)은 손실처리됐다.
DLS는 파생상품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해당 자산의 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지는 구간, 즉 '녹인'(knock-in) 구간에 접어들면 원금이 손실된다. 만약 이 손실을 만회하고 약정한 수익률이 지급되려면 기초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야 하는데, 원유 DLS의 경우 앞으로 원유 가격 전망이 밝지 않아 손실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유 DLS 대규모 손실
DLS별로는 한화투자증권이 2013년 5억원 규모로 발행한 '한화스마트 DLS 187'이 -74.61%로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DLS 552'와 '신한금융투자 DLS 5036'은 -74.23%, '현대able DLS 30'과 '대우증권 DLS 1113'은 각각 -70.69%, -70.13%의 수익률을 기록해 70%가 넘는 투자 원금이 사라졌다. 올해 초 만기가 도래한 원유 DLS가 큰 손해를 본 이유는 이들 DLS의 설정 시기가 2013년 초기 때문이다. 당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100달러 근처로 형성됐다. 그런데 올 들어 유가가 70% 가까이 떨어지면서 DLS도 대거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원자재 가격 장기 전망은 어두워
올 초 20달러대를 찍었던 브렌트유 가격이 40달러선을 회복하고, 톤당 40달러선에 거래되던 철광석 가격이 60달러대까지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반등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전망하고 나서면서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원자재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면서 "공급 감축만이 지속 가능한 랠리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골드만은 최근의 유가 급반등세를 두고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유가가 배럴당 20~4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