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는 지난해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있는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40대 한국인 경제학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미경제학회(KAEA) 전현직 임원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칩 토크' 관련 논문 다수 발표…"말은 내생적 신뢰성 바탕으로 정보 전달"
"정책결정자의 단독 결정보다 전문가에 대한 권한 위임이 의사 결정에 도움"

똑같은 말이라도 언제나 같은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크리스마스 저녁 근사한 식사 자리에서 연인이 속삭인 “당신 정말 아름다워”라는 말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겠지만, 발을 헛디뎌 넘어진 친구에게 던진 “정말 아름답군요”라는 말은 장난과 조롱이 섞인 한마디일 것이다.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됐고 어떻게 해석될지는 맥락(context)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지거나 말에 중의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됐다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담은 말인지 해석해야 하는 청자(聽者)는 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인다는 의미다.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말을 통한 전략적 정보 전달 이론’, 이른바 칩 토크(Cheap talk) 이론으로 설명한다. 칩 토크란 말 그대로 ‘말에는 비용이 없다’는 의미로, 경제학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말이 효과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 되는지를 연구한다. 경제주체 사이에 전략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경우, 어떤 유인을 제공해야 사회적 효용이 더 많이 증가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임우영(38)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 학자다. 임 교수는 게임이론 중 칩 토크에 대한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제학과(99학번)에서 공부한 임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피츠버그대 경제학과는 전통적으로 미시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이론과 실험에 강점을 가진 명문으로 꼽힌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임 교수는 홍콩과기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임 교수에게 기사에 실릴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처음에는 기사에 쓰기 어려운 사진을 보내왔다. 아래에서 찍은 듯 촬영 각도가 천장을 향해 있었고, 임 교수의 시선도 옆으로 빗겨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전에 보낸 사진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며 새로운 사진 몇 장을 더 보내왔다. 훨씬 자연스러운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임 교수는 최근 마르코 바타글리니(Marco Battaglini) 코넬대 교수와 함께 정보가 부족한 의사 결정자가 최종 권한을 갖고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전문가 집단에 권한을 부여할 때 더 좋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경제학적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의사 결정자가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정보를 얻어 결정을 내리는 경우보다, 우월한 정보를 가진 전문가가 직접 권한을 가지는 경우의 의사결정이 사회적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 연구는 의회제도에서의 의사결정에 적용될 뿐 아니라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의 정보 비대칭성과 최종 의사 결정자 권한에 관한 연구”라며 “일반 기업에서 CEO가 항상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조직 내 세부 조직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되는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임 교수와의 일문일답.

- 많은 경제 연구 분야 중 게임이론을 선택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백경환 교수님의 ‘게임이론 및 응용’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지금도 명강의로 꼽히는 수업이다. 많은 친구들이 기억하기를, 당시 내가 술자리에서 매번 게임이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그때 게임이론이 가진 엄밀성과 현실 설명력에 완전히 매료되지 않았나 싶다. 다른 경제학 과목도 즐겁게 들었지만, 게임이론만큼 나를 매료시킨 과목은 없었다.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박사과정으로 이어지며 내 연구분야가 됐다.”

- 게임이론의 매력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경제학 하면 가장 먼저 거시경제를 생각한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에서 말하는 환율, 가격, 재정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으려면 미시적 수준에서 개별 경제주체 행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중 게임이론은 개별 경제주체 사이에 전략적 상호작용이 존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균형(Equilibrium)’이라는 컨셉트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게임이론은 경제학 이론 중 논의의 엄밀성과 현실 설명력이 매우 크다.”

- 경제학에서 칩 토크와 관련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

“칩 토크란 정보가 부족한 의사 결정자가 우월한 정보를 가진 전문가(또는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말’을 통해 조언 받는 상황을 모형화한 미시이론의 한 분야다. 1982년 빈센트 크로포드(Vincent Crawford) 교수와 조엘 소벨(Joel Sobel) 교수의 연구로 시작된 칩 토크의 기본 질문은 ‘비용이 들지 않는 말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정보를 성공적으로 전달할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말(talk or message)에 내생적(內生的)으로 존재하는 신뢰성(credibility)에 따라 정보 전달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말이 값싸다는 것, 즉 비용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물건을 파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판매자의 목적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 좀 떨어져도 물건이 좋다고 말할 유인이 존재한다. 칩 토크의 의미는 실제로는 물건의 품질이 좋지 않아도 ‘이 물건은 정말 훌륭합니다’라고 말하는데 어떠한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칩 토크는 경제주체들 사이에 반복적 상호작용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다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여러 가지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약이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지는 알 수 없지만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공약을 발표한다.

칩 토크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황 뿐 아니라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 사이의 정보 전달, 의사와 환자 간 말을 통한 정보 전달, 부모 자녀와의 대화, 나아가 북한 지도부가 말하는 정보의 해석 문제, 일본 정부의 독도 관련 망언을 해석하는 문제 등에도 적용된다.”

임우영 교수는 인생의 큰 스승으로 백경환 성균관대 교수를 꼽았다. 그의 수업을 들으며 학문에 대한 열정, 포기하지 않는 태도, 끊임없는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 정보 전달의 정도를 결정하는 말의 신뢰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판매자가 ‘이 컴퓨터 성능 정말 끝내줘요’라고 얘기한다고 그 말을 100%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그 컴퓨터 좋더라. 너도 컴퓨터 사려면 그 제품 사’라고 한다면 말을 통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말의 ‘신뢰성’이란 정보를 가진 사람과 정보가 충분하지 않지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의사결정자 사이에 ‘상충하는 이해(conflict of interests)’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판매자는 물건을 팔아야 하고 소비자는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두 주체 간 이해(利害) 관계가 극명하지만, 친구 사이에는 이해의 차이가 크지 않다.)

또 신뢰성은 정보 전달자가 얼마나 많은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바타글리니 교수는 2002년 정보전달자가 두 명 이상이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범주가 다면적일때, 정보 전달자와 의사결정자 사이의 이해와 상관 없이 ‘말’에 내생적으로 충분한 신뢰도가 부여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 칩 토크와 관련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내가 수행하고 있는 칩 토크 연구는 이론과 실험으로 나뉜다. 요즘에는 칩 토크의 최신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칩 토크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물건을 살 때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며 가격과 품질 정보를 얻는 것이 정말 결정에 도움이 되는지, 또 자동차를 수리할 때 수리점 두 곳 이상을 가보는 것이 바가지 쓸 확률을 줄여주는지, 정책 결정자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조언을 받을 때 왜 자문위원회를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등이다. 이런 질문은 바타글리니 교수의 논문을 통해 이미 이론적 답을 얻었다. 나는 실험을 통해 이런 문제를 검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실험을 통해 이론이 예측한 결과와 상당히 일치하는 데이터를 얻었다.

또 최근 바타글리니 교수와 함께 수행한 연구는 정책결정자와 의회, 자문위원회 사이에서 칩 토크를 통한 정보 전달을 다루고 있다. 최종 정책 결정자가 특정 현안에 대해 의회의 전문가 집단보다 더 우월한 정보를 가지지 못한 경우 의회와 전문가 집단에 법안을 상정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정책 결정자가 어떠한 제약도 없이 법안 내용을 포함한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의회제도가 우월한지, 아니면 정책 결정자는 전문가 집단이 만든 법안을 채택(상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만 갖는 제약적 의회제도가 우월한지를 밝히는 실험 연구다.

연구 결과, 최종 의사 결정자가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경우, 우월한 정보를 가진 전문가 집단에 자문 또는 위임 형태로 정보를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론의 경우, 의회제도를 논의할 때 이미 많은 토론이 이뤄졌는데 나는 이 이론적 논의를 경제학적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 교수가 2013년 논문에서 발표한 것 같이 최종 의사 결정자가 권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자신이 가진 부족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현실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임우영 교수의 논문은 게임이론 전문 학술지인 ‘게임과 행동경제학(Games and Economic Behavior)’, ‘행동경제학과 조직 저널(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에 다수 게재됐다. ‘게임과 행동경제학’은 게임이론 분야를 개척한 두 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오스카 모건스턴(Oskar Morgenstern)의 저서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에서 이름을 따 1989년 처음 발간된 학술지로, 게임이론 분야의 유력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게임이론과 산업조직이론 관련 논문을 주로 다루는 ‘행동경제학과 조직 저널’은 최근 실험 경제학 관련 논문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 정보가 부족한 정책 책임자가 직접 결정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기업이나 개인의 의사 결정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나.

“이 연구는 단지 의회제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의 위계질서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최종 결정자의 의사 결정 권한을 다룬 것이다. 기업에서 항상 CEO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아래 조직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데에도 연구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미시경제 이론과 게임이론은 현실을 단순화하고 모형화해 현실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분야다. 따라서 내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으로 특정 주체인 ‘A 기업’이나 ‘B 국가’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이론과 실험을 통해 얻은 발견이 현실에 제시하는 교훈은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 연구 과정에서 실험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실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은 우선 이론적인 논의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을 설정하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실험참가자를 모집한 뒤 실험 상황을 인지시키고, 이들의 의사 결정에 따라 최종 보수가 결정되도록 해, 실험이 끝날 때 실제로 의사 결정에 따른 보수를 지급한다.

평균 1시간 30분 정도 실험에 참가하면 참여자에게 20~30달러가 지급된다. 내가 진행한 실험에는 200~1000명 정도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실험경제학이 아직 생소한 분야지만 이미 학계에서는 주류경제학적 방법론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칩 토크 연구와 관련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칩 토크의 핵심 주제는 말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말 자체의 내용보다 말이 담고 있는 내생적 신뢰성에 따라 충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연구는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또는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말이 담고 있는 신뢰성을 이해하려는 것에 집중된다.

예를 들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지도부가 내뱉는 발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이 국제사회에 여러 채널을 통해서 왜곡된 정보를 내보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정책과 공약을 이야기 할 때 유권자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말’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내뱉어진 말에 어떤 신뢰성이 부여됐는지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말의 의미는 신뢰성에 따라 재해석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동북아 6개국 사이 외교적 긴장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어떤 ‘말’들이 언론을 통해 나오는지 관찰하면 각국의 외교적 의도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대화 채널을 구성할 때 역시, 어떤 협상 방식이 남북한 사이의 효율적인 정보와 의견 교환을 돕는지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 박사 과정 지도교수는 누구였나.

“독일인인 안드레 블룸(Andreas Blume) 교수였다. 무뚝뚝한 인상에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지도교수로 모시기 불가능한 분으로 소문이 났지만, 실제로는 유머 넘치고 자상한 분이었다. 지도받을 당시 약속 없이 연구실 문을 여러 번 두드렸는데 단 한 번도 나를 되돌려 보낸 적이 없었다. 한 번은 너무 바빠서 1분 정도 시간이 있다고 했는데 대화가 20~30분 이어진 적도 있다.

블룸 교수님은 연구와 취미인 마라톤 외에는 다른 데 관심이 전혀 없던 분으로도 유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화가 있는데, 피츠버그대 박사 과정에 처음 입학한 한국 학생이 미시경제학 수업을 들어가는 도중 화장실 입구에서 배관공 한 명을 마주쳤다. 화장실에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면서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1~2분 후 그 배관공이 강의실로 들어와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이 배관공으로 착각한 그분이 바로 블룸 교수님이었던 것이다. 옷을 너무 허름하게 입어서 한국 학생이 착각한 것인데, 이 이야기를 교수님께 해드렸는데 재미있어 하시며 함께 즐겁게 웃은 기억이 있다.

블룸 교수는 지금 미국 애리조나대 경제학과에서 열정적인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나와 공동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 홍콩과기대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홍콩과기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박사학위를 마치고 몇몇 곳에서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 홍콩과기대는 그 선택지 중 연구 환경과 학과 동료 교수 수준에서 최고였다. 또 오랜 외국 생활에 지친 가족이 한국과 가까운 홍콩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홍콩과기대의 경쟁력은 연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학교 분위기와 자유로운 연구 환경, 그리고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외 다른 외부 활동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복지 환경에 있다. 홍콩과기대는 또 점점 커지는 중국 본토의 학문적 열정과 성장을 선도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 주제는.

“제한된 합리성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경제학이 비판받는 가장 큰 부분은 경제주체들을 ‘완전히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경제 주체들을 ‘완전히 비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경제 주체들이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완전하지는 못한 경제 주체를 어떻게 모형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최근 경제학에서 이 주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내 연구 주제는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경제 주체들이 ‘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완전히 합리적인 경제 주체를 가정한 경우와 비교해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차이에서 도출되는 경제적 함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The Art of Strategy: A Game Theorist's Guide to Success in Business and Life’를 추천한다. (우리나라에는 ‘전략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왔다.) 복잡한 수학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대신, 다양한 현실 문제를 사례로 들어 게임이론이 어떤 직관을 줄 수 있는지 잘 설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