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 이상 마법의 단어가 아닌 걸까.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주가가 중국 관련 호재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식시장에서 '중국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이슈가 나오기만 하면 무분별하게 주식을 사들였던 과거와는 달리, 어떤 뉴스가 해당 기업에 진짜 호재로 작용할 지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 中 재벌 2세 '왕쓰충'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해도 주가는 시큰둥
지난 2일 웰메이드예당의 자회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사명을 '바나나컬쳐'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바나나컬쳐는 중국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의 외아들인 왕쓰충 이사가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사 '바나나프로젝트'에서 따온 이름이다. 예당엔터테인먼트가 바나나프로젝트와 합작 법인 설립을 앞두고 아예 사명까지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초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소식이 웰메이드예당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왕쓰충 이사가 중국인 중 최고 부호로 꼽히는 왕젠린 회장의 아들인데다,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사명까지 따라서 변경한다는 것은 그만큼 예당과 왕 이사 간 관계가 돈독하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명을 변경한 후 웰메이드예당의 주가는 2~3일 이틀 연속 소폭 하락했다.
중국 자본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큐브엔터(182360)와 모회사 IHQ(아이에이치큐)의 주가도 단 하루 반짝 올랐다. 2월 29일 두 회사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중국 자본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큐브엔터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다음날 바로 하락 전환했으며, IHQ 역시 소식이 전해진 당일 7% 넘게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회사에 인수된다고 밝힌 소리바다의 경우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2월 2일 소리바다는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과 경영권을 상하이ISPC 외 1인에게 10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중국 자본에 인수 = 주가 급등'이라는 공식은 보란듯이 깨졌다. 공시 다음날 소리바다 주가는 17% 넘게 떨어졌으며 나흘 연속 하락한 끝에 5900원에서 4160원으로 미끄러졌다.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주가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횡보하고 있다.
◆ 중국 관련 재료 넘쳐 투자자들 둔감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자본에 인수된다는 소식은 국내 엔터주에 명백한 호재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코조이(옛 이너스텍)의 피인수 건이다. 무선 통신 장비를 만들던 이너스텍은 지난해 5월 중국 게임 업체 로코조이홍콩홀딩스리미티드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무려 열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이너스텍의 주가는 7890원에서 3만1500원으로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
연예 기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역시 지난해 9월 초 당시 최대주주였던 코너스톤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주식을 중국계 투자 회사가 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나흘 연속 상승했다. 이 중 이틀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2000원도 채 안 됐던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주가는 나흘만에 3300원까지 올랐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도 지난해 6월 중국 쑤닝그룹 계열사 쑤닝유니버셜미디어에 인수된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공시 직전 주가가 7990원이었는데, 약 한 달 뒤인 7월 27일 1만51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던 중국 관련 이슈가 최근 국내 엔터주에 별 영향을 못 미치고 있는 데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한 증권사 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회사에 지분을 넘긴다는 소식은 물론 MOU 등 사소한 이슈만 나와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중국 관련 재료가 하도 많이 나오다보니 투자자들도 이에 둔감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중국 자본이나 업체가 국내 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실적에 도움이 될 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