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 불었던 인수합병(M&A) 광풍(狂風)이 201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고를 열길 주저했던 삼성전자와 퀄컴 등 반도체 선두업체들도 이 바람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블룸버그와 해외 투자은행 번스타인 등은 "2015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130억달러(약 136조8000억원)의 M&A 자금이 오고갈 때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퀄컴과 삼성전자가 움직임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2015년 반도체 업계의 M&A 광풍에도 불구하고 세계 상위 20개 반도체 제조사들은 여전히 총 1300억달러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의 평가액이 낮아지고 있어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퀄컴이 가장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300억달러(약 36조원)다. 퀄컴이 서버용 프로세서, IoT(사물인터넷) 칩, 자동차 반도체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퀄컴은 2015년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회사를 2개로 쪼개라는 압력을 받았다. 이에 대해 퀄컴은 "보유한 현금으로 M&A에 나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기업분할 압박을 피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원하는 것을 찾았을 때 쫓을 능력이 있다"며 "회사의 자금현황도 이를 가능케 하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몰렌코프 퀄컴 CEO는 "금리가 아직 눈에 띄게 오르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은행 돈이 여전히 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잠재적인 인수후보로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캐비움(Cavium)과 마이크로 서킷,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캐비움의 시가총액이 35억달러 수준이어서 퀄컴의 인수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다른 후보 기업으로는 데이터센터용 칩 제조사인 자일링스(xilinx)가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인수보다는 자체 역량을 개발하는 쪽을 선호해왔다. 5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갖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큰 규모의 거래는 없었다. 그러나 IoT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선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입지가 애플과 중국 기업들 때문에 줄고 반도체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핵심 수입원인 메모리반도체는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새 먹을거리를 신속하게 찾기 위해서는 내부 개발보다는 역량있는 회사를 사는 게 수지타산에 맞는다는 분석이다.
마크 뉴먼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인수합병 전담팀을 대규모로 조직했다"며 "수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퀄컴에 M&A가 필요한 데는 중국이 한몫했다. 중국은 2015년 자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한편, 1000억달러를 풀어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