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옥상 대리석 갈라져 추락…입주민 안전 위험
하자 보수 요구에 부실 자재 재시공으로 입주자 원성 더 키워
중흥 측 "일부 부실 시공 인정…전부 보수하긴 어려워"

중흥건설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분양한 단지들이 잇따라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중흥 측은 부실 시공을 인정하면서도 보수 기간 경과 등을 이유로 하자를 보수해주지 않거나, 부실 문제를 일으켰던 저가 불량 자재를 하자 보수에 다시 사용해 입주자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중흥건설그룹의 대표적인 부실 시공 단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중흥 S-클래스 타운하우스로, 이 단지 입주민들은 중흥종합건설(현 시티건설)을 상대로 하자 보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일산 중흥 S-클래스 타운하우스의 옥상 외벽 인조대리석(유로스톤)이 갈라지고 부서져 있다. 단지 관리인은 “처음 입주할 땐 일반 대리석처럼 보였지만 비와 눈을 맞으면서 대리석이 나무 판자처럼 갈라지고 일어나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일산 중흥 S-클래스 타운하우스 아파트는 입주 2년 차인 지난 2010년 초부터 옥상 외벽이 갈라지고 건물 담장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4층의 상판이 통째로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입주민 이승(56) 씨는 “머리 위로 돌로 된 상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며 “당시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자칫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상판 붕괴 사고는 중흥종합건설이 건물 외장 마감재를 저가의 중국산 불량 인조석(유로스톤) 자재를 사용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입주민들이 보수를 요구하자 중흥종합건설은 한 차례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문제가 됐던 같은 중국산 자재를 사용한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입주민들은 제대로 된 대리석이나 다른 자재로 다시 하자 보수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중흥종합건설 측은 대리석 위에 철판을 덧대는 등 다른 하자 보수 방법을 제시하면서 건설 회사와 입주자 간 갈등은 더 깊어졌다.

이 아파트의 동대표를 맡은 이모(43) 씨는 “외벽이 부서질 뿐 아니라 현관 복도의 대리석이 붕괴되고 찬장이 무너지고 주차장에서 물이 새는 등 부실 공사의 흔적은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공사에서는 나올 수 있는 부실이란 부실은 모두 다 모아 놓은 것 같다”고 한탄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입주민들과 하자 보수 협의도 하고 샘플 시공도 들어갔는데 갑자기 입주자들이 천연 대리석이 아니면 곤란하다며 하자 보수를 거부했다”며 “이미 소유권을 입주민이 가진 데다, 스스로 하자 보수를 거부하는데 우리가 강제로 (보수공사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흥종합건설이 시공한 경기도 양주시 덕정 중흥S-클래스 입주민들도 부실 시공으로 속앓이를 했다. 애초에 거실 창호를 두께 22㎜의 ‘양면 반강화 유리’로 설계됐지만 실제론 ‘22㎜ 복층 유리(일반 이중유리)’로 시공돼 문제가 발생했다.

유리가 깨졌을 때 흩어짐이 덜하고 단열성이 뛰어난 반강화 유리는 파손시 일반 유리보다 안전하고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층 유리보다 비싸 건설원가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분양 당시 중흥 측에서 입주민들에게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아파트 외벽 공사에 스티로폼에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인 ‘드라이비트’ 시공을 사용한 것 외에, 지하주차장의 결로(수증기가 액화해 이슬로 맺히는 현상), 배수 불량 등 70여가지가 넘는 부실 시공이 드러났다.

양주시 덕정 중흥S-클래스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여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은 이 단지에서 발생한 76건의 하자를 양주시를 통해 중흥종합건설에 통보했고, 중흥종합건설은 보수 작업을 진행하느라 약속된 입주 예정일(2010년 11월 중)을 맞추지 못했다.

이에 일부 입주민 중 일부는 아파트 부실 시공으로 인해 입주가 미뤄진 점을 들어 아파트 계약해지 소송을 걸었다. 당시 재판부는 아파트 하자와 부실 시공에 따른 입주일 연기가 계약 해지로 이어질 사항은 아니지만 부실 시공 부분을 인정해 계약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분양 대금의 10%에서 6%로 감액 판결했다.

덕정S-클래스 입주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아파트에 입주한 장모(51) 씨는 “중흥과의 협상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양주시 수준에 맞게 지었는데 왜 그러냐’는 얘기를 듣고는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며 “중흥 측에서 하자 보수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이기도 했고, 협상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시티건설 관계자는 “양주 덕정S-클래스 내용은 오래된 일이라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분양 전환을 앞둔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에 많은 문제가 발견돼도 적극적으로 중흥 측에 하자 보수를 요구하거나 소송에 나서길 부담스러워 한다. 부실 시공 이야기가 공론화할 경우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이 시공을 하고 계열사인 중흥에스클래스개발이 시행을 맡았던 경기 김포시 중흥S-클래스 리버티는 단지 내 공동시설과 개별 가구에서 모두 부실 시공의 흔적이 발견됐다.

김포시 중흥S-클래스 리버티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배수로 일부는 덮개가 설치되지 않아 차량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공동시설인 지하주차장 배수 시설에서 불량이 발생해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비가 오면 지하 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것은 물론이고,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로 일부에 덮개가 없어 자동차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아파트 외벽과 욕실 대리석이 깨지고, 드레스룸에 습기가 차 빠지지 않는 등 크고 작은 하자로 입주자들의 불편이 끊이질 않았다.

중흥S-클래스 리버티 입주민 이서구(65) 씨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덮개가 없이 푹 파인 배수로 때문에 타이어가 펑크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중흥건설이 지하 주차장 문제를 비롯해 전체적인 하자 보수를 한 차례 한다고 하긴 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 중흥S-클래스 리버티 아파트 드레스룸에서 보관한 입주민 이서구 씨의 겨울 코트에 곰팡이가 슬었다.

또 “드레스룸에 생긴 결로 때문에 실내에서 제습기를 1년 내내 틀어 놓지 않으면 옷에 곰팡이가 다 핀다”며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엔 (하자 보수를) 다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안 해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시공을 맡았던 중흥건설 관계자는 “드레스룸 결로 현상은 이미 회사에서도 파악한 문제로, 올 봄에 하자 보수에 나설 계획이다”며 “지난해에는 모든 세대의 마루를 교체해 줬고, 외벽이 깨져 누수가 생기는 문제도 회사가 파악하는 대로 보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 주차장의 경우 결로 현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제연기도 설치하고 최고급 청소차도 지급했다”며 “결로 현상으로 주차장 바닥이 미끄러워 사고 위험이 높다는 입주민 민원을 받아들여 경사로에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규사처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자 보수에 대한 회사 측의 어려움에 대해 “대리석이나 타일 같은 것들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거주하는 동안 입주민들의 과실에 의해 깨지는 경우도 많다”며 “지난해까지는 그냥 보수해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