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에 들어간 김모(26)씨는 취업 성공 비결로 면접 때 창업을 준비했던 경험을 적극 어필한 점을 꼽습니다. 김씨는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4명과 창업을 준비하며 관련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도전해볼 만한 사업이었지만 김씨는 수상 후 팀을 나와 취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김씨는 "취업하기에 학점과 토익 점수는 괜찮은 편이었는데, 차별되는 스토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취업 시장에서 창업이나 창업 준비 경험을 김씨처럼 하나의 '스펙'으로 포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취업난 속에 학점, 토익 점수, 자격증 등 취업 준비생들의 각종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이제는 '창업 스토리'마저 차별화할 수 있는 입사(入社) 포인트가 돼버린 셈이죠. 취업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스타트업 운영 경험' '창업경진대회 수상' '창업 보육 프로그램 수료' 등의 스펙을 평가해달라는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취준생들은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창업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지만 협업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식으로 의미 부여를 한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어떤 경험이든 최대한 살려서 취업문을 통과할 수 있다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팀에 들어갔다가 중요한 시점에 이탈해 팀을 좌초시키거나 수상만을 노리고 공모전에 출전해 다른 사람의 창업 기회를 박탈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지난해 팀원 6명을 모아서 과외 중개 플랫폼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는 등 순항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팀원 3명이 취업 준비를 하겠다며 떠나는 바람에 관련 프로그램까지 개발해놓고 창업에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 박씨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진정성 있는 팀원을 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창업 활동을 취업용 스펙으로 활용하는 것은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입니다. 창업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창업의 의미와 기업가 정신을 진지하게 성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