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선 후보를 가리는 정당별 경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버니 샌더스 후보를 앞서면서 ‘힐러리 테마주’로 분류된 인디에프 등 국내 증시의 일부 상장 종목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유세 중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최근 미국 대선 후보를 가리는 정당별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미국 대선 후보들의 경선 결과에 따라 일부 종목과 업종의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매년 국내 주요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들이 나왔던 국내 증시에 이제 ‘미국 대선 테마주’까지 등장한 것이다.

◆ 힐러리 클린턴 선전에 인디에프 주가 급등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인 인디에프(014990)는 전날보다 0.7% 오른 3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일 연속 이어진 상승세다. 인디에프는 지난 12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 마감하면서 주가가 12거래일만에 47.9% 상승했다.

2월 이후 인디에프 주가 추이

인디에프는 섬유·의복 업종에 속한 종목이다.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국내 패션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715억원으로 전년대비 8.4% 줄었고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제약·바이오나 중국 소비 관련주도 아니고 실적도 뒷걸음하고 있는 인디에프가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이 종목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관련이 있는 테마주로 꼽히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디에프의 모기업인 세아상역의 김웅기 회장이 지난 2010년 아이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인연을 맺은 뒤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떠오른 것이다.

인디에프는 지난해 2월 힐러리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한 달여간 주가가 두 배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힐러리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경쟁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압승을 거두면서, 잠잠했던 인디에프 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힐러리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가 들썩이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관련된 ‘트럼프 테마주’도 등장했다. 페이퍼코리아(001020)는 최근 일부 인터넷 주식투자 카페에서 트럼프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최근 나흘 연속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2011년 트럼프 후보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 부회장은 한국을 찾아 새만금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새만금 일대에 많은 토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페이퍼코리아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거론이 된 것이다.

◆ 美 대선 주자들, 약가 인하 공약에 제약·바이오는 위축

반대로 미국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국내 제약·바이오 관련주다. 셀트리온(068270)종근당(185750)은 이달 들어 주가가 각각 10.8% 하락했고 바이로메드는 25.9% 떨어졌다. 한미약품(128940)도 같은 기간 6.8% 내렸다.

제약·바이오 관련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각 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중국 증시 급락 등 여러 대외적인 악재로 인해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약가(藥價)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국 대선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약사들이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여 폭리를 취하는 것을 참기 어렵다”며 약가 규제를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달 초까지 민주당 경선에서 선전해 온 샌더스 후보의 공약에도 대형 제약사들에 대한 규제가 포함돼 있다.

◆ 실체 없는 美대선 테마주, 투자 주의해야

최근 미국 대선과 관련해 일부 종목들이 출렁이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인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테마주들도 단기 급등 이후 다시 크게 하락한 적이 많았다. 예로 지난해 하반기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반기문 테마주’ 바람이 거셌다. 케이블 제조사인 씨씨에스(066790)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본사를 두고 있어 반기문 테마주로 묶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한 달여만에 주가가 2배 넘게 급등했고, 스마트폰 부품업체 일야는 반 총장의 대학 후배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안랩 주가 추이.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한 달간 크게 상승했지만, 이후 다시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단기 과열됐던 이들 테마주는 ‘반기문 바람’이 사그라들면서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내렸다. 일야는 올해 들어 10% 넘게 하락했고, 씨씨에스도 최근 두 달간 주가가 고점 대비 50% 가까이 떨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안랩(053800)과 올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김병관씨가 의장으로 재직한 웹젠(069080)과 같이 실체가 분명한 정치인 테마주들 역시 단기 상승 이후 주가가 다시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