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사 퀄컴이 지난해 부진을 딛고 지난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점령했다. 27일(현지시각)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올해 MWC의 진정한 승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퀄컴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분석은 퀄컴의 신제품인 '스냅드래곤 820(사진)'의 성공적인 데뷔에 따른 것이다. 스냅드래곤 820은 MWC에서 공개된 100여개의 스마트폰들에 탑재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S7엣지 북미 물량과 LG전자의 G5, 소니 엑스페리아X, 중국 샤오미의 미(Mi)5, 휴렛패커드(HP)의 엘리트x3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스냅드래곤 820은 통신 모뎀칩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합친 원칩(one chip) 제품으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중국의 샤오미는 MWC에서 퀄컴과 공동으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샤오미는 스냅드래곤 로고를 담은 배너를 거는 한편, 행사 등록 시각을 스냅드래곤 820을 상징하는 오전 8시20분으로 정했다. LG전자는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최고경영자(CEO)를 G5 발표회에 연사로 세우며 퀄컴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LG전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 기업도 많았다.

퀄컴 입장에서는 이번 MWC를 통해 지난해의 위기를 넘기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퀄컴의 지난해 주력 제품이었던 스냅드래곤 810은 발열 논란에 휩싸이며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로부터 외면당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이를 두고 '삼성겟돈(samsunggeddon·삼성전자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 직격탄을 맞았다며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을 이용해 스냅드래곤 820을 위탁생산했다. 전작인 810의 경우 대만 TSMC의 20나노 공정을 썼다. AP의 성능은 전작보다 2배 좋아졌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롱텀에볼루션(LTE) 속도는 3배 빨라졌다. 아드레노 530 GPU(그래픽칩)를 사용해 그래픽 처리 능력도 전보다 40% 향상됐다. 카메라의 경우 최대 2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전력 소모량도 크게 줄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냅드래곤 820은 퀄컴이 여러모로 절치부심한 제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라며 "퀄컴이 MWC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기 위해 수개월전부터 많은 고객사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퀄컴이 MWC에서 무대를 독차지하면서 경쟁사들의 반격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체 AP 브랜드인 엑시노스와 화웨이의 키린(Kirin), 대만 미디어텍 등이 퀄컴의 대항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