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맥주의 농약 성분 검출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독일 맥주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알려진 독일의 인기 맥주는 모두 14종이다. 이 가운데 8종이 국내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데, 최근 매출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독일 맥주 업계는 “해당 성분은 인체에 무해하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검출 수치가 높은 것은 안 먹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유해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식품의약안전처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꺼림칙한 표정이다.

◆ 대형마트 독일 맥주 감소세

독일 맥주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외신이 전해진 29일 A대형마트는 관련 맥주 매출이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26~28일) 전체 수입 맥주 매출은 2주 전(동일조건, 의무휴업일 하루 포함)에 비해 3.7% 증가했는데, 해당 맥주 매출만 반대로 줄어든 것이다.

B대형마트에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알려진 독일 맥주의 매출이 2.5%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 맥주 매출이 2.3% 감소했지만, 독일 제품의 매출 감소 폭이 더 컸다.

파울라너 제품 이미지.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매출 비교 기간이 짧아 아직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엔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유해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진 파문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세계보건기구(WTO)가 햄,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을 ‘발암 위험이 큰 물질’로 평가하자 대형마트에서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 환경단체 “암 유발 물질” vs 독일 맥주 업계·농무부 “문제없다”

‘농약 성분 맥주’ 논란은 독일 환경단체 뮌헨환경연구소(UIM)의 발표로 촉발됐다. 뮌헨환경연구소는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판매 중인 10개 업체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1리터당 0.46~29.74㎍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암 유발 가능 물질로 분류된 성분이라고 지적했다. 최고량이 검출된 제품의 경우 글리포세이트 함유량이 독일 식수 내 잔류 허용치(리터당 0.1㎍)의 30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독일 맥주 업계는 독일 연방위해평가연구원(BfR)의 글리포세이트 관련 보고서를 인용하며 “인체 유해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뮌헨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잔류량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 맥주 1000리터를 마셔야 암에 걸릴 것이란 주장이다.

크리티안 슈미트 독일 농무부 장관도 직접 독일 공영 ARD방송에서 출연해 “해당 상품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독일의 2013년 맥주 수출량은 1478만 헥토리터(hL, 1헥토리터는 1리터의 100배)에 이른다.

◆ 수입 맥주 인기에 찬물? 유통업계 "식약처 결과 지켜봐야"

국내 유통업계는 독일 맥주의 발암 물질 논란이 수입 맥주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마트들은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트는 논란이 된 14종 가운데 크롬바커, 웨팅어, 비트버거, 벡스, 바르슈타이너, 에딩거, 프란치스카너 등 7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수입 맥주 전체 매출에서 이들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다. 이마트 관계자는 “식약처의 식품 통관 시료 검사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식약처의 판매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벡스, 에딩거, 프란치스카너, 파울라너 등 4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체 수입 맥주에서 해당 4개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해당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즉각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수입 맥주뿐 아니라 수제 맥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상수동의 수제 맥주 전문점 케그비에서 파는 빌스너, 페일에일, IPA, 바이젠, 퀠시, 포터 맥주(왼쪽부터).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1억4177만달러(1697억원)로 전년 대비 26.9%나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최근 5년 연속으로 2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형마트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판매량 기준)도 작년 40%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