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배당에 인색한 기업들은 따로 목록을 만들어 중점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몇몇 기업들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자사주 매입 등을 발표했다. 기관 투자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의결권 자문사 ISS가 104개 국내 기업을 평가한 결과를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편집자주]

◆주주株主친화 정책(이사회 구조+주주 권익 보장+기업 투명성)
10대그룹 중 삼성 1등급, 롯데 8등급 최하위

삼성전자 1등급, LG화학 5등급, 현대차 6등급, 아모레퍼시픽 7등급, SK하이닉스 8등급…. 국내 대표 상장사들의 주주 친화 정책 '성적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2015년 말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ISS 기업 지배구조 지수(ISS Governance QuickScore)'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 중 삼성그룹 계열사와 대형 금융사를 제외하면 주요 대기업에서 주주 권익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ISS 평가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국내 97개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7개 기업 등 총 104개 기업이 대상이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주 정책이 일괄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회 구조, 감사 및 위험 관리 등 4개분야 200개 항목 심사

ISS는 기업들이 주주 권익을 보장해주는 정도를 평가해 각각 1~10등급을 부여했다. 최우수 등급인 1점(등급)을 받은 기업은 조사 대상 가운데 11.5%인 12개였다. '우수' 등급인 2~3점을 받은 기업은 각각 11개(10.6%)와 12개(11.5%)였다. 가장 나쁜 등급인 10점을 받은 곳도 10개(9.6%)에 달했다. ISS는 각각 10개(9.6%)와 11개(10.6%)의 기업에 '불량' 등급인 8~9점을 매겼다. 104개 기업의 평균 지수는 5.38점이었다. 금융회사(18개)는 평균 2.72점, 제조, 서비스 회사(86개)는 평균 5.94점으로 금융업과 다른 업종이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KT&G, 신한금융지주, 삼성화재 등 5개 기업이 가장 주주 친화적인 곳으로 꼽혔다. 이밖에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는 현대차 6등급, 삼성물산 2등급, 현대모비스 5등급, SK하이닉스 8등급, 아모레퍼시픽 7등급, LG화학 5등급, SK텔레콤 2등급, 포스코 1등급(시가총액 순) 등이다. 주요 그룹별 평균 지수는 삼성 3.54점, 현대차 6.0점, LG 4.29점, SK 6.6점, 롯데 8.3점 등이었다.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평균 이하 점수를 받은 것이다.

평가 방법에 대해 ISS는 "이사회 구조(Board Structure), 경영진 보상(Compensation), 주주 권익(Shareholder Rights), 감사 및 위험 관리(Audit & Risk Oversight) 등 4개 부문에서 총 200개 이상 항목을 심사해 점수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해 등급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각 나라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종합 등급을 산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점수 산정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조지나 마셜 ISS 리서치 총괄(부사장)은 과의 인터뷰에서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핵심 이슈는 후계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이사회 독립성 확보 여부"라며 "기업 지배구조 지수 산정과 주총 안건 자문 보고서 작성에서 주안점을 두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ISS는 2013년말 미국 주요 상장사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홍콩, 브라질 등의 주요 기업들의 주주 친화 정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말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처음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네이버, 신한금융지주 등 1위

조사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은 모두 12개(11.5%)였다. 그 가운데 삼성전자, 네이버, KT&G, 신한금융지주, 삼성화재 등 5개 기업이 가장 주주 친화적인 곳으로 꼽혔다. 이들은 4개 부문 가운데 이사회 운영, 경영진 관리,주주 권익 가운데 1개 부문에서만 2등급을 받고 나머지에서는 1등급을 받았다.

이어 포스코, 삼성생명,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금융지주, 우리은행도 주주 권익 보호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은 주주 권익에서 4~5점을 받았지만, 다른 분야에서 평가가 높아 1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주주 권익 측면에서 9점을 받았다. KB금융과 KT는 감사 및 위험 관리 항목에서 각각 8, 9점을 받아 외국 투자자들의 불신이 반영됐다.

2등급과 3등급을 받은 기업은 각각 11개(10.6%)와 12개(11.5%)로 비슷한 규모였다. 하나금융지주, OCI, 한화테크윈, DGB금융지주, 삼성전기, 삼성카드, 대우조선해양, 삼성물산, 한국전력, 에쓰오일, SK텔레콤(분야별 지수 합계치 순) 등이 2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주주 권익을 잘 보호해주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한편 4개 부문별로 따져보면 이사회 구조와 경영진 보상에서는 각각 12, 13개 기업이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주주 권익 항목에서 1등급을 받은 기업은 LG전자, 삼성중공업, 강원랜드, 이마트, 신세계, 호텔신라 등 10개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소수 주주 권리 보호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감사 및 위험 관리항목에서는 60개 기업이 1등급을 받았다. ISS는 감사 및 위험 관리 항목에서 규정이 준수되는 기업엔 1등급을 주지만, 문제가 발생했거나 발생 소지가 있을 경우 하위 등급을 부여한다.

◆최하 등급 10개사 들여다보니… 투명성이 등급 갈라

가장 낮은 등급인 10등급은 10개사(9.6%)가 받았다. BGF리테일, 동서, 한미사이언스, 롯데제과, 대우건설, 아모레퍼시픽그룹, 한전KPS, 효성, 한화케미칼, GS건설 순으로 평가가 나빴다. 특히 BGF리테일, 동서, 한미사이언스는 4개 세부 항목에서 모두 9~10등급을 받았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감사 및 위험 관리 분야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분식회계가 적발돼 경영자가 실형을 선고받거나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은 효성과 대우건설은 최하 등급인 10등급을 받았다. 다른 기업들도 GS건설이 1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7~10등급 판정을 받았다. ISS가 회계 및 감사가 불투명해 향후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기업은 전체의 42.3%인 40개. 이들 중 다수는 전체 평점에서 8~10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주주 권익 항목에서도 모두 9, 10등급을 받을 정도로 평가가 나빴다. 그나마 이사회 구조에서 중간 정도로 평가된 기업(한화케미칼, 효성)이 약간 있었다. 경영진 보상 측면에서는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ISS는 이들 기업들이 이사회 운영과 주주 권리 측면에서는 소수 주주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진단을 내린 셈이다. 9등급을 받은 대림산업, 롯데케미칼, 고려아연, 파라다이스, 한화, 한미약품, 오리온, 한샘, 에스원, 한온시스, 현대위아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15년 3월 한 대기업 주주 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이사회 명단을 보고 있다.

◆삼성만 글로벌 수준…SK, 4대 그룹 중에 최하위

조사 대상 기업들을 대기업 집단별로 나눠 주요 그룹이 평균적으로 주주 권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삼성그룹은 13개사, 현대차그룹은 6개사, LG그룹은 7개사, SK그룹은 5개사가 포함됐다. 그 밖에 롯데, 한화, 두산, CJ는 3개 계열사가 조사 대상이었다.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그룹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이 1등급을 받은 것을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카드(이상 2등급), 삼성중공업, 삼성SDI(이상 3등급) 등 여러 계열사가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룹 평균 지수는 3.54점이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다만 호텔신라, 에스원, 제일기획 등은 이사회가 다소 자의적으로 운용되고 감사 및 위험 관리가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주주 친화적인 그룹은 LG였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3등급을 받은 것을 비롯, ㈜LG,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가 모두 5등급 이상 평가를 받았다. 다만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는 이사회 구조가 낮게 평가됐다. 평균 지수는 4.29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제철(이상 4등급)을 제외한 4개 계열사가 6등급 이하로 평가됐다. 평균 지수는 6.0점.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등급, 7등급이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초 거버넌스 위원회(주주 권익 위원회) 설치가 반영돼 주주 권익 항목에서 모두 2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사회 구조 항목에서 6등급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아 점수가 크게 깎였다.

SK의 경우 평균 지수가 6.6점으로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나빴다. 감사 및 위험 관리 항목에서 5개 계열사 모두 9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3년 최태원 회장이 회사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는 등 오너 일가와 관련된 회계 투명성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는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 보장에 앞장서왔다. 이사회 구조, 경영진 보상, 주주 권익 항목에서는 대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로 인해 4대 그룹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요 그룹 가운데 주주 권리를 가장 존중하지 않는 곳은 롯데그룹(8.3점)이었다. ISS는 롯데제과에 최하 등급인 10등급, 롯데케미칼에는 9등급을 각각 부여했다. 롯데쇼핑은 6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히 이사회 운영과 주주 권익 항목에서 성적이 나빴다. 이 밖에 두산(4.0점), CJ(5.0점)는 비교적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기업 평균 日 보다는 높아

104개 기업의 평균 지수는 5.38점이었다. MSCI EAFE(유럽, 오스트레일리아, 극동 아시아) 지수에 등록된 일본 기업 가운데 평가를 받은 302개 기업의 평균 지수는 5.48점이었다. 세부 항목에서 일본 기업들은 경영진 보상(4.23점)에서 한국(2.10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감사 및 위험 관리(4.90점)에서도 한국(3.63점)과 차이가 컸다. 이사회 구조 및 주주 권익 항목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사 기준이 된 MSCI 지수가 일본은 선진국, 한국은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주요 기업들의 성적은 소니 1등급, 소프트뱅크 2등급, 다케다제약 3등급, 도요타 7등급 등이었다.

◆이사회 구성, 주총 절차 등 5500개 기업 평가

ISS 기업 지배구조 지수는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이 지배구조와 관련된 위험을 어느 정도 안고 있는지 정량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입맛에 좌우되지 않고, 소주 주주 권리가 보호되며, 경영진 관리 감독이 적절히 이뤄지고, 회계 및 감사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지를 보는 이유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주주 친화도가 떨어지고, 지배구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ISS는 이사회 구조(Board Structure), 경영진 보상(Compensation), 주주 권익(Shareholder Rights), 감사 및 위험 관리(Audit&Risk Oversight) 등 4개 분야에서 200여개 항목을 정해 점수를 매긴다. 이사회 구조 부문의 경우 이사회 구성, 사외이사 선출방식, 운영 과정, 특수관계자 거래 정보 공개 여부 등을 나눠 평가가 이뤄진다.

점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매겨지지만 종합 점수(등급)는 국가별, 지역별로 상대평가가 적용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은 비슷한 지역과 지수에 포함된 기업끼리 점수를 비교해 등급을 매기는 식이다.

현재 ISS는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홍콩,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선진국과 한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기업 5500개 기업에 대해 평가를 완료했다.

◆금융, 전기 전자 업종 투명성 높아

산업별로는 금융업종이 평균 2.72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은행, 보험회사들은 이사회 구조, 주주 권익 등에서 우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금융회사(18개)를 제외한 제조, 서비스기업들의 평균 지수는 5.94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전기전자-IT 기업(15개, 3.73점)들이 상대적으로 주주 권익을 잘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네
이버, KT 등이 1등급을 받은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이 기업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이었다. 자동차, 기계, 중공업 업종(15개)의 평균 지수는 딱 중간인 5점이었다. 제약, 화장품, 기타 소비재(6.0점), 물류, 항공(6.0점), 화학(6.72점) 등은 상대적으로 주주 권리 보호 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ISS는 지난 몇 년간 주식 시장에서 각광받았던 식음료, 유통, 서비스(19개) 기업들에게 비판적이었다. 이들 업종의 평균 지수는 7.21점에 불과했다. 10등급을 받은 롯데제과, BGF리테일, 동서 등을 비롯해 8등급 이하의 기업들도 많았다. 상당수 기업들이 4개 부문에서 모두 주주의 권익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ISS, 에프앤가이드, 단위:천원,% (주가, 지분율은 2016년 1월 4일부터 2월 23일까지 평균


ISS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로 글로벌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가가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지 조언한다. 자문 대상은 2015년 기준 115개국 3만9000여개
(주총 안건 기준)에 달한다. 1600여곳의 기관 투자가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외국 기관 투자가들은 ISS의 보고서를 참고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때 ISS 보고서 내용이 핵심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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