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심야 콜버스 서비스에 대한 허용 조치가 사실상 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봉쇄하고 기존 택시·버스 업체들의 이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관료들의 '눈속임 규제 개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본지 2월 26일자 A1면 참조〉.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 기요틴(단두대)' '신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는 일단 물에 빠트린 뒤 살릴 것만 살려야 한다'는 등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반복해서 주문해왔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은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근본 문제는 외면한 채 허울뿐인 조치로 대통령을 속이는 '눈속임 규제 개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콜버스 허용 조치가 규제 강화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26일 이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 벤처 기업 '콜버스랩'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지난 25일 입법 예고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콜버스 사업은 택시·버스 면허를 가진 기존 업체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콜버스랩은 심야에 같은 방향의 승객을 스마트폰 앱으로 모아서 전세버스로 태워주는 시범 사업을 해왔는데, 택시·버스 면허가 없어서 현재의 사업 방식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택시 회사들이 콜버스랩과 제휴해 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택시조합 측을 독려하고 있다"며 "조만간 협의가 끝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택시조합의 오광원 이사장도 "아무 문제 안 생기고 심야에 콜버스가 잘 다니도록 준비 중"이라며 "1년이나 2년 정도 콜버스랩에 독점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택시조합 측을 압박해 콜버스랩과 공동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미봉책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제 개혁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신산업을 키우자는 것인데, 국토부는 기존의 택시·버스 회사들, 또 이미 시장에 진입한 콜버스랩이란 특정 벤처 하나만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 회사에 독점권을 주면 신규 업체들은 아예 이 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택시사업자들의 입장 변화도 이번 정부 방침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증명한다. 콜버스 서비스를 극력 반대해온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단체는 국토부 입법 예고가 나온 25일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입법 예고를 환영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내면서 국토부의 조치를 반겼다.

이 같은 국토부의 기존 사업자 이권 챙기기 행태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 서비스 '헤이딜러'의 폐업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헤이딜러는 온라인으로 자신의 중고차를 매매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 중개 서비스이다. 1년 만에 거래액이 3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주차장과 경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자동차 경매 서비스를 처벌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순식간에 '불법'이 됐고, 지난달 5일 자진해 서비스를 닫았다. 개정 법률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신규 사업자의 싹을 자르고, 기존 경매업자들의 이권만 보호해준 셈이었다.

이 법안은 당초 국회의원 10명이 공동 발의한 '의원 입법'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국토부가 주도한 '청부(請負) 입법'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법안은 지난해 8월 3일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가 작성해 17일 국회의원실에 보낸 법안 초안과 내용은 물론 형식까지 동일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국토부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되도록 8월 내에 발의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법이 통과된 후 '창조 경제를 죽인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자 입장을 바꿨다. 헤이딜러 운영사인 '피알엔디 컴퍼니' 관계자는 "국토부 고위 공무원이 직접 찾아와 '개정안이 공포돼도 당신 회사에는 적용하거나 단속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빨리 서비스를 재개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의 이병태 교수(경영학과)는 "대통령은 '규제를 물에 빠뜨려서 없애라'고 하는데 노회한 관료들은 앞에선 지시를 따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시늉만 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며 "콜버스 규제 완화는 실제론 규제 강화인데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뜻이 관철된 줄로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