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이 26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와 SK브로드밴드의 합병계약서를 승인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법인은 SK브로드밴드, 합병 계약일은 2015년 11월2일, 합병 기일은 2016년 4월1일이다.
이번 안건 통과로 CJ헬로비전의 대주주인 CJ오쇼핑은 보유하고 있는 CJ헬로비전 주식 4175만6284주(53.92%) 중 2323만4060주(30%)를 SK텔레콤에 매도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주식 인수 후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가 되며 CJ오쇼핑은 2대주주가 된다.
SK브로드밴드를 100% 소유한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CJ헬로비전 1주와 SK브로드밴드 0.4756554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한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주총이 끝난 직후 "70% 이상(발행주식수 기준)의 찬성률로 이번 안건이 통과됐다"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로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주총 결과는 정부 인가 시 유효…문제될 것 없다"
CJ헬로비전은 이날 임시주총 시작에 앞서 "이번 임시주총은 M&A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절차"라며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기업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동통신과 케이블방송 1위 업체 간의 결합은 부당한 행위이므로 CJ헬로비전은 주총을 강행해선 안된다"는 반대 진영의 주장을 의식한 것이다.
CJ헬로비전은 "대주주인 CJ오쇼핑은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당한 권리(의결권)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방송법을 위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CJ헬로비전은 "임시주총의 의결사항은 추후 정부 인가가 있어야만 유효한 것이며, 이미 공시를 통해서도 이 사실을 명시했다"면서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의 '정부 인가 전 이행행위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J헬로비전은 과거에도 정부 인가에 앞서 주총이 진행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회사 측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LG텔레콤·LG데이코·LG파워콤의 합병 당시에도 정부 인가 전에 주총이 실시됐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최근 미국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투자자들에게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ISS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법인 이사회는 주주 동의없이 총 발행주식의 20%를 초과하는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면서 "합병법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추가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급감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은 "다수의 국내 증권사가 자사의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등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반박했다. 가령 대신증권의 경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Marketperform)'에서 '매수(Buy)'로, 목표주가를 1만3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017670)이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공개매수를 통해 약 667만주(8.61%)를 매수한 점도 ISS의 권고에 동의할 수 없다는 근거로 들었다. 회사 측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매수청구권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면서 "합병에 반대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반대진영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 다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이날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후 국회와 언론,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면서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채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주총을 개최하는 것이 유감스럽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주총이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CJ헬로비전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두 회사는 "정부가 인허가를 하기 전에 CJ오쇼핑이 SK텔레콤의 의사대로 주총 의결권을 행사해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방송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15조 3항에 따르면 경영권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정부의 주식 인수 승인없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 9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정부 인가 전 주식양수도 계약의 후속조치를 할 수 없다. KT와 LG유플러스는 "즉, 이번 주총에서 합병을 결의하는 것은 주식 인수에 따른 후속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총이 정부의 심사 재량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두 회사는 "현재 정부는 인허가 심사를 위해 대국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주총을 열고 합병을 결의한 것은 정부에 일종의 압박을 가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주주와 채권자의 신뢰와 권리를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두 회사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나 채권자는 정부의 M&A 승인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이의제기 권리를 행사할 지를 결정해야 했다"면서 "이후 주총의 효력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 이익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