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에 대한 담보권 설정 착오가 국내 시중은행들과의 소송전(戰)으로 이어졌다. 신한·우리은행에 이어 이달 들어서는 KB국민은행까지 산업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다롄의 STX조선소 현장

◆신한·우리·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 産銀 상대로 잇딴 소송

25일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지난 11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5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산은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개 소송에서 시중은행들이 손해배상액으로 산은에 요구한 금액은 634억원 가량이다.

주요 은행들이 산은에 소송을 건 이유는 STX조선해양의 중국 조선소인 STX다롄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산은이 업무상의 부주의를 범해 각 은행들이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TX다롄은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2013년 6월 중국 법원으로부터 한국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중정(重整)' 절차가 시작됐다.

산은과 신한·우리·KB 등 4개 은행은 2007년 11월 신디케이트론(공동 중장기 대출) 형식으로 STX다롄에 4억달러를 대출한다는 계약을 맺고 실제 3000여억원의 자금을 조선소 건설 목적 등으로 대출해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조선산업이 불황을 겪자 STX다롄이 빚을 상환하지 못하게 됐다. STX다롄이 차입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신디케이트론 대출을 내준 은행들은 담보권을 설정한 3000억원의 대출에 대해서 담보를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채권은행들의 담보권을 인정하지 않아 채권은행들은 대출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산은이 STX다롄의 공장 등 자산에 대해 담보권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중국 외환관리당국에 등록을 하지 않아 채권은행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산은의 실수로 3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은 "담보대리은행 업무범위는 제한적" 반박

대출을 주선한 산은은 담보권 설정의 최종 확인 의무는 각 은행에 있다는 입장으로 반박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담보대리은행(security agent)이었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의 업무법위는 제한적이고 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손배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법무법인을 통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과 산은의 1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한·우리은행이 산은을 상대로 낸 소송은 STX다롄에서 최종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확정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종의 업무 착오에서 발생한 사건이 소송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산은과 신한, 우리,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들간의 소송과는 별도로 중국 법원에서 선임한 STX다롄의 파산관재인과의 소송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파산관재인이 채권은행들이 외환관리당국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STX다롄에 대한 담보권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공동 소송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