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다고 달라질까."
중흥종합건설이 올해부터 갑자기 대표법인을 계열사인 시티건설로 바꾸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대표법인 변경을 통해 소비자들이 중흥건설과 혼동하는 것을 방지하고 해외 사업에 활발히 나서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그간 중흥건설에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대표법인 변경을 통해 해소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으로 안 좋은 이미지 쌓여
대표법인 변경을 놓고 회사 측은 "소비자들이 중흥건설과 혼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중흥종합건설은 중흥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그룹 내 관계사다. 회사와 전혀 무관한 기업과 이름이 같아서 사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흥종합건설 스스로 중흥이란 이름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개연성을 찾자면, 최근 중흥건설그룹은 탈세와 비자금 조성,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로 홍역을 치르며 부정적 이미지가 쌓였다.
중흥건설그룹은 지난 2006년까지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원주(47) 중흥건설 사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특경가법상 배임,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 혐의에다 횡령액 235억원, 배임액 17억원 등 총 252억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8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또 법원의 1·2심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중흥건설의 비자금 조성을 둘러싼 탈세 혐의에 대해 광주지방 국세청이 심층 세무조사를 벌여 300억원대의 세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정창선(73)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아들인 정원주 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 물러난 사정과 건강 상태 등을 참작해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도 불거졌다. 중흥종합건설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건설공사 및 레미콘 제작 등을 위탁한 후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어음할인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9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공정위가 대금 미지급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 중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중흥종합건설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 7개월 동안 100여개 하청업체에 어음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초과 기간에 대한 어음할인료 20억4174만원을 주지 않았으며, 같은 기간 16개 하청업체에 하도급 대금 5억911만원과 60개 하도급 업체에 지연이자 9054만원을 주지 않았다.
중흥종합건설은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자 뒤늦게 밀린 금액을 모두 지급했지만, 법 위반 금액이 약 26억4000만원에 이르고, 피해를 본 하도급 업체도 100여곳이 넘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9200만원을 물게 됐다.
◆ 인지도 없는 새 이름으로 해외 사업 강화?
중흥종합건설은 대표법인을 시티건설로 바꾸고 해외건설 사업에 활발히 나서겠다고 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인지도가 더 떨어지는 사명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해외 프로젝트를 모두 '중흥'의 이름으로 수주했을 텐데, 해외에서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중흥이란 이름을 버리고 알려지지 않은 새 사명으로 사업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흥종합건설의 해외 사업 분야 규모는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중흥종합건설이 그간 수주한 해외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아프리카 가나에서 진행한 도로 건설 프로젝트 3개와 최근 수주한 미얀마 도로 재건 공사 프로젝트로 총 4개다.
중흥종합건설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는 회사 전체 매출액의 10%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주택 사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름만 바뀔 뿐…오너 일가족이 회사 지분 대부분 보유
중흥종합건설은 중흥건설그룹 내 관계사로, 중흥건설 및 중흥토건과 함께 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이 사실상 맡고 있으며, 중흥종합건설은 동생인 정원철(46)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대표법인을 중흥종합건설에서 시티건설로 바꾼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중흥 DNA'가 흐르고 있다. 2014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중흥종합건설은 사실상 정 회장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다.
정 회장과 부인 안양님 씨가 중흥종합건설의 주식을 각각 8만9655주(19.25%)와 6만2727주(13.47%)를 보유 중이고,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정 회장의 딸 정향미 씨도 각각 4만3639주(9.37%), 1만5488주(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주식은 차남인 정원철 사장과 ㈜시티글로벌이 각각 1만5824주(3.4%), 23만835주(51.18%)를 가지고 있는데, 시티글로벌은 정원철 사장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대표법인이 되는 시티건설도 정원철 사장이 지분을 100% 갖고 있어 대표 법인을 변경한다고 해도 지배 구조는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