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 구두개입 "필요한 조치 다할 것"…달러 당 1240원 돌파 저지
시장 전문가들 "원화 1250원까지 오를 것…원화 약세 요인 아닌 것 찾기 힘들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자 구두개입에 나서며 대응에 나섰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은 19일 오전 11시40분 공동명의로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구두개입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외환당국은 지나친 쏠림에 대하여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0원 오른 12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1246.1원을 기록했던 2010년 6월11일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다. 당국 개입으로 달러 당 1240원 돌파는 막았지만, 전반적인 원화 약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123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5분 만에 달러 당 1235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더 큰 폭으로 오르며 11시38분 1239.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는 1239.6원이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국제유가 하락,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 역외 달러 매수세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 역송금 수요도 이어지며 원화 약세 폭을 키웠다.

이에 외환당국은 11시40분 전격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이 공식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2014년 7월 2일 이후 처음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원달러 환율의 속도조절을 해왔는데 부담스러운 레벨까지 오니까 강도 높은 직접 개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 초반까지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1시29분 원달러 환율은 1234원에 거래됐고 장 마감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계속 거래됐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0원 오른 1234.4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개장가인 1231원보다는 3원 상승했지만, 장중 고가였던 1239.6원보다는 5원 넘게 하락한 수치다. 일단 당국의 개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1년 7개월만에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최근의 원화 약세 추세를 거스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장 정서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오랜만에 시장에 개입했지만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240원선에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국의 개입이 원화 상승이라는 판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 엔화 강세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1240원선도 금세 뚫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국의 입장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무조건 막겠다는 게 아니라 속도조절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역외 시장에서 원화 매도 추세가 강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외시장 쪽에서 원화에 대한 포지션을 줄이면서 달러화를 매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외환당국이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지만 외국인들의 달러 매수세가 워낙 강해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에 탄력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1분기 중에 125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종의 저항선 역할을 하던 1230원이 돌파됐는데, 앞으로 1250원까지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원화 상승이라는 추세를 꺾을 정도의 강력한 개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원화 약세라는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선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예하 KR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전반적으로 국제 유가와 대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면서도 "당국에서도 급격한 변동성은 피할 것으로 예상돼 1240원선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