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영어 잘하지? 미국에 보낼 상품 제안서 한 장 써봐."
학창 시절 웬만큼 영어 공부를 한 사람이라도 상사(上司)의 이 같은 주문엔 당황하기 마련이다. 과연 문법은 맞는지,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걱정이 된다.
국내외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번역 기술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사무용 SW '한컴오피스 네오(NEO)'는 문서를 비롯해 그래픽, 도표까지 10개국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컴퓨터가 학습을 거듭할수록 번역이 정확해지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이란 기술을 이용한다. 각 사마다 적용하는 기술과 방법,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번역 결과도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대표적인 사무용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오피스',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 네오(NEO)', 구글의 '구글앱스' 등 3종의 번역 실력을 비교해봤다.
◇오피스 SW, 번역 실력 비교해보니
문서 번역 기능을 이용하는 것은 간단하다. 우선 각 SW에서 한글로 문서를 작성한 뒤 화면 상단의 메뉴에서 '번역' 기능을 선택하면 된다. 해외 파트너가 보내온 외국 문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비교는 실생활이나 비즈니스용 문서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표현 5종을 골라서 테스트했다. 번역 서비스는 각 사의 서버 컴퓨터에 저장된 번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변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온라인에 접속돼 있어야 한다.
한글을 영어로 바꾸는 것은 구글이 가장 강한 편이었다. 자기소개서의 단골 문구인 '저의 장점은 성실함입니다'를 예문으로 넣어서 영어로 번역해봤다. 구글은 'My advantage is sincerity'로 가장 자연스러웠다. MS는 'The advantage is my sincerity', 한컴은 'It is sincere, my advantage is'라고 답해 다소 어색했다.
두 번째 예문은 무역 문서용 표현인 '원하는 계약 조건을 알려주십시오'였다. 구글은 'Please tell us the desired terms and conditions', MS도 'Tell us the desired terms and conditions'로 자연스럽게 번역했다. 한컴의 결과는 'Inform desired terms and conditions of a contact before'였다.
한국형 표현은 한컴이 강했다. '귀하를 우리 행사에 모십니다'란 예문은 한컴이 'Invite you to our event'로 가장 정확했다. 구글은 'Mosipnida your event in our', MS는 'Takes you to your event on the us'로 부정확했다.
◇포털·스마트폰 앱도 번역 기능 제공
영문 예문을 한글로 바꾸는 것은 한컴과 구글이 비교적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제시했다. 비즈니스용 이메일에 주로 들어가는 'Please feel free to contact me directly'라는 문장을 번역해봤다. 구글은 '저에게 직접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한컴은 '직접적으로 나와 연락하여 주세요'라고 번역했다. MS는 '직접 저에게 연락하게 자유롭게 느끼십시오'라고 했다. 어느 정도 한국말을 배운 외국인이 쓰는 것 같은 말투였다.
무역 거래에 쓰이는 'I accept your final offer'란 문장도 구글은 '나는 당신의 최종 제안을 받아들입니다'라고 정확히 번역했다. 한컴은 '나는 당신의 최종 제공을 받아들입니다'로 단어 선택이 약간 어색했으나 뜻은 통했다. MS는 '나는 당신의 최종 제안을 받아들일'이란 불완전한 문장을 내놨다.
가장 무난한 번역 결과를 내놓은 구글은 "컴퓨터가 통계적인 학습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컴퓨터는 수십억개의 단어, 각종 언어로 번역된 수억개의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다. 이용자가 특정 문구나 문장을 입력하면 기존 자료에서 비슷한 패턴을 찾아 가장 적절한 번역 결과를 제시한다.
포털이나 스마트폰 앱에도 문자나 음성을 입력하면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기능이 있다. 구글의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는 영어·일어로 된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을 통째로 한글로 변환해 보여주기도 한다.
외국어 번역은 영어·불어·스페인어 등 같은 어족(語族)에 속한 언어끼리 번역하는 것이 정확도가 높다. 어순이 같은 한국어와 일어도 비교적 번역이 잘 되는 편이다. 구글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에는 한글 문서가 영어·스페인어 등 서구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 수가 늘어날수록 번역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