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청년층을 위한 공공임대 '행복주택' 건설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수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진척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도봉구 쌍문동 443-3번지 일대 경기도 장학관 부지를 40년간 빌려 행복주택 66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SH공사는 부지 주인인 경기도시공사와 협약 체결을 마쳤고 해당 내용을 담은 신규 사업 추진 동의안 또한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돼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제 사업이 이뤄지는데 적잖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쌍문동 주민들과 박진식·이근옥·홍국표 도봉구 의원들은 지난달 SH공사에 방문해 항의했다. 박진식 의원은 "행복주택은 임대주택이나 마찬가지인데, 임대주택이 들어온다면 개발이 늦는 쌍문동 지역에 어떤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미 도봉구에 서울시 매입형 임대주택 물량의 25%가 들어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광진구 구의동 626-1번지 일대 유수지(빗물 저장소)를 활용해 임대주택 489가구를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해당 부지는 2012년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유수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하는 데 걸림돌이 없지만 이곳 역시 주민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은 시의회에 아직 상정도 되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근 한양아파트 및 광진해모로리버뷰 주민들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해, 지난해 8월 주민설명회를 연 이후 진척이 없다"면서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사업 중단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서구 방화동 850번지 일대에 행복주택 360가구를 짓는 계획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지지부진하다. 이 땅은 시유지라 시의회의 출자 동의안을 받아야 하지만 주민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정부와 별도로 지자체 차원에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임대료를 책정하는 행복주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행복주택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건설비용의 최대 30%까지 국고보조금의 지원을 받고 주택도시기금 융자도 저리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임기 동안 임대주택 8만가구를 짓겠다는 목표와도 일치한다.
하지만 주민이나 자치구의 반발이 심해 사업추진이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복주택은 청년층이 대상인 주택이라 젊은 인구가 늘면 인근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텐데, 지역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층을 위한 주택이 들어왔을 때 해당 지역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행복주택뿐 아니라 기존 주택을 매입, 단지형으로 개발하는 등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해 임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