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경쟁력 추락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IT·철강·조선 등 20대 그룹 주력 계열사 가운데 13개사(65%)의 매출이 감소했고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낸 기업이 6개로 파악됐다. 이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본지가 15일 20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등 13개 기업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역(逆)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20대 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 안팎임을 감안할 때, 20대 그룹의 역성장은 우리 주력 산업이 자칫 몰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적(赤)신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재무제표가 본격 도입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상장(上場) 기업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가운데 최소 한 분야에서 1조원 이상 적자를 낸 기업은 사상 최다인 6개였다. 현대중공업, ㈜두산,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등 이 6개 기업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합계는 12조원을 웃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IMF 외환위기 시절엔 IT·조선 업종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IT·자동차·중공업 업종이 각각 약진해 한국 경제 위기 탈출에 선봉장이 됐지만 지금은 사실상 모든 업종이 동반 침체를 겪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