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는 지난해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있는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30대, 40대 한국인 경제학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미경제학회(KAEA) 전현직 임원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명목소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고급인력들의 해외유출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헬조선이란 말이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말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어렸을 적부터 좋은 학벌을 갖추기 위해 무한경쟁에 시달려야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하더라도 사회의 안전망이 취약하기에 불안 속에서 또 다른 경쟁에 시달려야 합니다. 물론 경쟁이 생산성을 높여서 물질적인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종합적인 삶의 질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 재직중인 이상훈 교수(42)에게 “밖에서 본 한국의 과제는 무엇인가”, “경제학자에게 ‘헬조선’이란 단어는 어떻게 들리나”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이 교수는 도시경제학자다. 도시경제학의 연구 주제는 부동산, 교육, 범죄, 교통 등이다.

이 교수는 특히 ‘교육’과 ‘부동산’이라는 요소가 시민들의 소득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가 박사 학위를 따고 처음 쓴 논문도 ‘우리는 왜 어려서부터 좋은 학벌을 갖추기 위해 무한경쟁에 시달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그 나름의 해답이었다. 조선비즈는 지난 1월부터 몇 차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교수의 연구 관심사와 도시경제학에 대해 들었다. 이 교수는 단대부고 출신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92학번)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상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 도시경제학(urban economics)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도시경제학은 이름 그대로 도시에 관련한 주제들에 대해 경제학을 이용해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집적효과), 부동산 문제, 교통 문제, 교육 문제, 도시 범죄 등을 다룹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도시경제학자들은 서강대 김경환 교수님, 연세대 서승환 교수님(전 국토교통부 장관), 건국대 손재영 교수님, 그리고 전 서울시립대 이번송 교수님 등이 있습니다. 정책과 연관이 깊은 학문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활동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 헬조선에 대한 견해를 말씀하시면서, 이제 ‘종합적인 삶의 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종합적인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요.

“종합적인 ‘삶의 질’은 통상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개념입니다. 다른 말로는 ‘행복’이란 말로도 쓸 수 있고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삶에서 오는 효용(utility)’이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행복’ 혹은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행복’ 혹은 ‘효용’을 결정하는 데에는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큰 영향을 주지만, 그 외에도 여가 생활, 직업의 안정성 등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며 무한 경쟁에 시달린다면, 그로 인해 물질적인 소득이 조금 더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삶에서 오는 효용’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삶의 질이 높은 도시에서는 소득 대비 집값 높아”

- 부동산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논문 'The Price-to-income Ratio and the Quality of Life(소득 대비 주택가격과 삶의 질)'의 주요 주장을 소개해주세요.

“이 논문은 현재 상명대학교에 재직중인 유승동 교수님과 공저했습니다. 소득 대비 집값(Price-to-income Ratio)은 주택시장에 버블이 존재하는지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 이용돼 왔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삶의 질(the Quality of Life, 이하 QOL)이 높은 도시에서는 버블과는 별도로, 이 지표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살고 있는 밴쿠버는 좋은 날씨 등으로 인해 캐나다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고 있어 많은 노동자들이 밴쿠버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이는 노동공급와 주택수요 증가로 이어져 임금이 낮고 집값은 높습니다. 이는 주택 시장의 버블과는 별도로 소득 대비 집값을 높이게 됩니다.”

- 어떤 기준으로 삶의 질(QOL) 수준을 평가하셨나요.

“삶의 질(QOL)은 저희들이 평가하지 않고, ‘Places Rated Almanac’과 ‘Cities Ranked and Rated’란 책들에 나와있는 지수(index)를 이용했습니다. 이 책들은 미국의 각 도시들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지수(index)를 매겨두었습니다. 저희 논문에서는 이 삶의 질(QOL) 지수들과 소득 대비 집값(price-to-income ratio) 이 양(+)의 상관관계를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상관관계를 두가지 채널로 분리해보았습니다. 첫번째는 삶의질(QOL)이 높은 지역에서 노동 공급이 늘어나 임금이 낮아지고, 주택 수요를 증가시켜 집값이 높아지는 채널입니다. 두번째는 삶의 질(QOL)이 높은 지역의 투기 수요(speculative demand)가 더 높다면 그로 인해 현재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데 두 채널 모두 중요하지만, 첫번째 채널이 (투기 수요로 인한 집값 상승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저희 논문이 보여준 것이죠.”

- 논문의 주장대로라면 시민들이 높은 주거비용과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인근 대도시들은 삶의 질(QOL)이 높은 도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제 논문 및 이쪽 분야 논문들에서 삶의 질 지표(QOL index)는 주거 비용과 임금을 제외한 지수 입니다. 따라서, 이 정의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인근 대도시들은 삶의 질이 높은 도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셔야 할 점은, 주거비용과 임금을 고려한다면 서울 인근 대도시나 지방의 소도시나 대략적으로는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 인근 대도시가 생활 여건은 좋겠지만 주거비용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종합적인 삶의 질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됩니다.”

◆ “고소득자, 다양한 소비활동 때문에 대도시 거주 선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도시에 살고 싶어합니다. 'Ability Sorting and Consumer City(도시간 소득 분포와 소비 다양성)'이라는 논문에서 왜 사람들이 대도시에 살고 싶어하는지 분석하셨죠.

“대도시에 살 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소비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음식점들도 많고, 프로야구 경기도 보러 갈 수 있고,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대도시의 단점은, 거주 비용이 높다는 것입니다. 제 논문의 주장은, 이러한 대도시의 특성이 고소득자들로 하여금 도시에 사는 것을 더 선호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소득자들에 비해서, 고소득자들은 거주비용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반면 소비 기회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억대 연봉자들은 서울의 높은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될 수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문화생활, 교육,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큽니다. 이 주장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로, 저는 의사를 비롯한 미국 고소득 의료직 종사자들의 소득이 도시 크기와 반비례 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작은 도시에 사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도시에서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동산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부채 문제와 자산 효과로 인한 거시경제적 문제가 올 수 있고 또한 신규 주택공급이 줄어들어 이는 전세 또는 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리자면 버블이 생겨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한국 부동산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답변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 “한국은 대학 이름, 미국은 대학 학점이 중요...교육제도 변해야”

-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 묻겠습니다. 앞서 학창시절 무한경쟁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며 무한 경쟁에 시달린다면, 그로 인해 물질적인 소득이 조금 더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삶에서 오는 효용’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교수의, 시그널링(Signaling) 이론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시그널링 이론에 따르면, 학생들이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사회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대를 나옴으로써, 잠재적 고용주들과 사회에 자신의 능력은 최소한 그 정도는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시그널링 과정에서 많은 자원(예를 들어 시간, 학원비)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렇게 쓰여진 자원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낭비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많은 내용을 암기했었는데, 많은 것들을 대학에 들어가서는 까맣게 잊어 버렸거나 다시는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더 많은 직장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 이같은 주제를 다룬 논문이 ‘시그널링의 타이밍: 고등학교 때 공부할 것인가? 대학교 때 공부할 것인가?(The Timing of Signaling: To Study in High School or in College?)’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을 비교한 논문으로 아는데, 유학과정에서 느낀 소회 때문인가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고 정말 고생했는데, 대학교 때는 최소한 군대 가기 전까지는 실컷 놀았습니다. 그런데 유학 와서 미국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니 많은 수가 고등학교 때에는 놀았지만 대학교 와서 열심히 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럴까 궁금해 하다가 정식으로 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주시죠.

“구직시장에서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그널들을 봅니다. 그 중 많이 보는 시그널들은 대학교 이름과 대학교 학점입니다. 왜 한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대학보다 고등학교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기업들이 대학교 이름을 대학교 학점보다 더 중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경쟁합니다. 둘째, 이런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대학교 이름이 학생들의 능력에 대한 더 좋은 시그널이 됩니다. 셋째, 기업들은 대학교 이름이 더 좋은 시그널이기 때문에 대학교 이름을 중시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학생과 기업은 각각 다른 학생들과 기업의 행동이 주어진 상태에서, 자신에게 최선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이론의)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죠. 이를 다르게 요약하면, 시그널링 과정이 고등학교 때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시그널링 과정이 대학교 때 학점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교 때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됩니다.”

- 양국간 열심히 공부하는 시점이 다른 배경에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군요.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논문은 한국 기업들의 학벌 중시 관행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하고, 만약 현실을 바꿔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어린 학생들이 너무 고생하고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현실을 바꾸고 싶으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무작위로 추첨해서 보내면 됩니다. 더 이상 대학교 이름이 능력에 대한 시그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공부를 적게 하고 대학교 때 더 열심히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교육의 다른 중요한 면들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 이 논문을 접한 뒤, 한국 학계와 미국 학계 반응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2006년 한국 방문 당시 청중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한국 학계와 미국 학계 모두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단 제 주전공이 도시경제학이어서 교육경제학 쪽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 최근에는 금수저-흙수저론도 있습니다만,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동아시아와 미국의 시그널링 타이밍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계층 상승을 위해서 어떤 균형이 낫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들을 보면 제 생각에는 시그널링이 대학에서 일어나는 미국 쪽 균형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고 하고 싶은 일들 하면서 삶이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어린 시절 발생하는 막대한 사교육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결국 한국 교육제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예. 한국 교육제도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도 고생하지만 학부모들에게도 많은 물질적 부담이 따릅니다. 만약 중학교 때까지만이라도 아이들이 다같이 경쟁하는 것을 멈추고, 학원비에 쓰는 돈으로 식구들끼리 외식이나 여가 생활을 하는데 쓴다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렇게 경쟁을 멈추는 것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만약 다들 경쟁하는데 우리 아이만 경쟁에 끼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만 손해 보는 것이니까요. 그보다는 이러한 경쟁을 할 동기를 줄이는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어떤 방식의 정책적 개입이 가능할까요?

“어떤 문제이든지 여러가지 다른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 정책을 제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무작위로 추첨해서 배정한다고 합시다. 이 상황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름을 시그널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시그널링 과정은 대학교 때 발생하게 됩니다. 즉,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적게 공부하고 대학교 때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초-중-고등학생들의 학력 저하등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학교 때 어느 정도까지 따라잡을 수는 있습니다. 모든 점을 다 만족하는 정책을 세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각 정책의 장단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죠.

이상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 어떤 계기로 경제학자가 될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학부생 시절 경제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만든,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요절하신 서울대 김태성 교수님과 제가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 큰 도움을 주신 미시간 주립대학교 최재필 교수님(연세대학교 겸임), 그리고 박사과정 때 제 지도교수였던 미네소타주립대 토마스 홈즈(Thomas Holmes) 교수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저에게 롤 모델이 되신 분들입니다.”

- 도시경제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미네소타대 대학원 시절, ‘The timing of signaling’ 논문을 쓰던 중 지도교수로 토마스 홈즈(Thomas Holmes) 교수님을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이 도시경제학자여서 그 영향으로 도시경제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참신한 주제들을 최신 방법론을 이용해 연구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경제학적인 통찰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경제학자입니다. 그외에도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버논 헨더슨(Vernon Henderson) 교수,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의 길레스 듀란톤(Gilles Duranton) 교수들의 논문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함께 공부하고 연구했던 한국인 경제학자가 어떤 분이 계시는지요.

“아주대 김성환 교수와 유학 전부터 친하게 지냈습니다. 서울대 김진우 교수, 뉴사우스웨일즈대(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조상욱 교수, 웨인주립대(Wayne State University) 윤영노 교수, 그리고 단국대 유정석 교수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92학번 동기입니다. 최근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에 근무하는 송경철 교수님 그리고 황일명 교수님과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 외국에서 생활하고 근무하시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말씀해주세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웃음) 언어 제약도 있어서 답답한 적도 많았고 유학 시절 5년간 혼자 살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고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니 안정되더군요.”

- UBC에 자리잡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대학원 마지막 학년에 잡마켓에 나가서 UBC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학교도 좋고 도시도 마음에 들어서 첫 직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 이곳에서 가정도 꾸미고 정년심사도 통과하면서 정착했습니다.”

-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거나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는 것을 꿈꾸는 후배들, 혹은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외에 추가하자면,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체력 및 스트레스 관리하는 법, 그리고 혼자 공부해야 하는 분은 요리하는 법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외국에서 활동하시다 보면 한국 생활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아주 많습니다. 또 한국인 사회과학자로서 제가 배운 지식을 한국에 보탬이 되도록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 때문에 곧 한국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곳 학교에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기가 어렵네요. 그리고 집값과 교육비 등 경제적인 문제도 걸림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