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일반지주->최종지주’

삼성그룹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3단계 수순을 밟아 지주회사 전환 체제를 진행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오너 일가의 상속 및 계열분리 구도, 경제·법제도 상황에 따라 전환 작업의 내용과 속도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 계열사의 지분조정 작업으로 볼 때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 4위인 LG그룹은 1999년 이후 3년에 걸쳐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전자와 화학 부문을 별도의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음, 두 지주회사를 묶어 최종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삼성 역시 LG의 선례를 따를까? 아니면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까?

◆ 삼성, 지주사 전환 서두를 필요 없어…금융 지주사 설립 자금은 문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분석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화재(000810)·삼성카드(029780)지분을 삼성생명(032830)에 집중시키는 금융계열사 지분 조정 작업은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준비 과정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가 내놓은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부문의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다음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금융계열사의 일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되면 금융과 일반 지주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법에서 보장한 유예 기간이 5년으로, 일반 지주회사의 유예 기간 2년을 더하면 삼성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삼성생명)는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는 최다출자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지 주식을 전혀 보유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인 삼성물산에 이어 2대주주 수준의 지분조정만 하면 된다고 했다.

금융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현실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수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주사를 만들기 위해 신주 발행한다고 하면 주주들이 동의하겠냐”고 말했다.

◆ 원샷법 재벌 특혜 우려 활용 가능성은 ‘미지수’

올해 2월 대기업의 소규모 합병이 가능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통과되면서 삼성의 활용 전략도 관심이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중공업(010140)과 삼성엔지니어링합병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원샷법을 악용할 경우 처벌 규정에 걸릴 수 있고,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무리한 합병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최준선 교수는 “원샷법이 재벌 특혜법이라고 말이 많았기 때문에 삼성이 무리하게 (합병 관련) 신청을 하지는 않을 거 같다. 원샷법의 신청 가능 업종은 공급 과잉이 일어나는 곳인데, 삼성물산이나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하면 다른 계열사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샷법 조항에 승계 목적이 밝혀지면 모든 조치를 원상 복구하고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동안 삼성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다 틀렸다. 결국은 방식의 차이지 삼성그룹이 지주사가 되고 그 아래 금융 지주사를 만드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