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생산과 투자도 기저 효과 등으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하락, 북한 리스크 등 대외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이 날 발표한 1월 소매판매 속보치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전년 같은 달보다 4.5%가 줄었다. 하지만 소비 동향을 가늠할 다른 지표들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전년 같은 달보다 9.6%와 13.4%가 늘었고, 휘발유 및 경유 판매량과 카드 국내승인액도 8.5%와 10.1%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0월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효과 등으로 57개월 만에 최대치로 상승한 이후 11월과 12월 조정을 거쳤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월 날씨가 예년처럼 추워지며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늘었고, 설이 2월 초라 설 선물 등 수요가 1월에 반영된 것 같다”면서 “이런 요인 말고도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저유가와 저금리로 경제 주체의 실질구매력이 향상한 효과가 소매판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과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등 다른 지표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증가 폭은 4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28만5000명)보다 58% 늘었다. 깜짝 증가세다. 내수가 개선되고 11월에 기상 악화로 부진했던 농림어업과 건설업 고용 시장이 회복한 덕분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광공업 생산도 12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이 부진했는데도 석유화학업계 정기보수가 끝난 것 등에 힘입어 전월대비 1.3% 성장했다. 반면 그동안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서비스업 생산은 보합세로 돌아섰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3.5% 증가한 상황이라 양호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 지표도 개선됐다. 12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큰 폭으로 늘며 3개월 만에 증가세(6.1%)로 전환했다. 건설투자도 토목공사 중심으로 회복돼 -0.7%에서 7.1%로 상승 전환했다.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6.2%로 양호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출은 하락폭을 키워 우려스런 상황이다. 1월 수출은 선박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8.5%가 줄었다. 윤인대 과장은 “수출은 세계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담뱃값 인상효과 소멸과 도시가스 요금 추가인하 등 때문에 전년 동월(1.3%)대비 상승폭이 축소했다. 1월 상승률은 0.8%였다. 담뱃값 인상은 물가를 0.6% 높인 효과가 있었다.

이 밖에 1월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4%가, 전세가격은 0.14%가 각각 올라 상승폭이 축소됐다. 12월 수치는 각각 0.15%와 0.26%였다. 국내금융시장을 보면 중국 증시 불안 등의 영향으로 1월 코스피 지수가 2.5% 하락했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원달러환율은 2.2% 상승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2월에 100.9로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3.8로 0.5포인트 떨어졌다.

기재부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우리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미미하다는 것이 근거다.

기재부는 내수 중심 회복세가 지속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일 21조원 규모의 1분기 재정 조기집행과 정책금융 확대 정책을 내놨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주던 정책도 오는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경기 불안이 대내외에 상존한 상황에서 현재의 지표 호조를 근거로 경기가 나아진다고 보면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일어난 충격들이 지표에 아직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데다, 시차가 있어 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면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가 회복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인대 과장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과 외환시장 영향 및 국내 경기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즉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