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으로 대형차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기름 값 부담이 줄었고, 구매 연령층이 40~50대에서 30대로 낮아지는 등 고급차 선호도가 올라간 덕분이라고 자동차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올해 1월 대형차 판매(국산차 5개사)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를 차지했다. 대형차 판매 비중이 5%대를 넘은 건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작년 배기량 4000㏄이상 수입 대형 세단도 7000대 가까이 팔렸다. 전년 보다 17%나 늘었다.

제네시스 ‘EQ900’

최근 국산·수입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형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된 플래그십(기함) 모델들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다. ‘제네시스 EQ900’ 출시가 경쟁의 불씨를 지폈다.

◆ 국산차 업체들, ‘제네시스 EQ900’ 순항에 프리미엄 브랜드 줄줄이 출시

국내 대형차 시장은 작년 말 제네시스 브랜드가 내놓은 EQ900이 이끌고 있다. 올해 1월 내수 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지만 대형차 판매만 활기를 보였다. 국산차 5개사의 1월 전체 판매량은 전년 1월보다 5% 줄었다.

반면 EQ900는 1월 한달간 2000여대가 판매됐다. 기존 모델 ‘에쿠스’의 작년 1월 판매량(900여대) 보다 2배 이상 많다. EQ900는 출시 2달 만에 1만5000대가 계약됐다. 올해 판매 목표 3만대의 절반을 이미 달성했다.

쌍용차 ‘체어맨W 카이저’

EQ900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쌍용자동차도 부랴부랴 경쟁 모델을 출시했다. 쌍용차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W’의 상위 등급인 ‘체어맨W 카이저’를 내놨다. 기존 체어맨W에 편의 사양을 추가했다.

체어맨W는 한때 에쿠스의 경쟁 모델이었다. 하지만 모델 노후화로 2010년 8000대였던 연간 판매량이 작년 1000여대로 떨어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형 모델을 개발에 4~5년이 걸려 당장 신형 대형 세단을 내놓을 수 없다. 대신 EQ900와 경쟁하기 위해 체어맨의 상품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준대형 세단 ‘올 뉴 K7’과 중형 세단 ‘SM6’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두 업체는 올해 대형차 출시 계획은 없지만, 고급화 전략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기아차 ‘올 뉴 K7’(위)과 르노삼성 ‘SM6’

올해 2월 초 출시된 올 뉴 K7은 벌써 1만대 가량 계약됐다. 하루 평균 660대꼴이다. 1세대 K7 출시 당시 보다 35% 가량 많다. 서보원 기아차 국내마케팅담당 이사는 “당초 주요 고객층을 40대로 잡았지만 사전 계약 비중은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출시를 앞둔 SM6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4000대가 계약됐다. 하루 평균 계약 대수가 800대나 된다. 경쟁 차종인 올 뉴 K7 보다 나은 성적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월 말까지 1만대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BMW·벤츠, 친환경차 더한 플래그십 세단 출시…첫 대형차로 문 두드리는 볼보

수입차 업체들도 올해 신차를 잇달아 출시, 대형차 경쟁에 뛰어든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더 뉴 S500e’를 출시한다. 올해 여름에는 ‘E클래스’ 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력 차종이다.

BMW ‘뉴 740Le’(위)와 볼보자동차 ‘더 뉴 S90’

BMW도 올 해 상반기 최상위 모델인 ‘7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뉴 740Le’를 선보인다. 볼보자동차는 올해 하반기에 부분 자율 주행 기술을 대거 적용한 플래그십 세단 ‘더 뉴 볼보 S90’을 출시할 예정이다. 볼보가 선보이는 첫 초대형 세단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라스 다니엘손 볼보자동차그룹 수석 부사장은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격전지인 한국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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