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유럽 은행 부실과 북한 도발, 일본 증시 폭락과 국제유가 하락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6.25포인트(2.93%), 코스닥지수는 33.62포인트(4.93%) 급락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지수 급락 속 개인 투자자의 대응 전략에 대해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수준을 저점으로 봐야 할 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지는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달 말 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적 공조에 기대를 가져도 좋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설 연휴 이후 첫 주식 거래일인 11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를 끌어내린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755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는 115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 뿐 아니라 기관까지 1349억원을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 급락이 북한 도발이나 유가 하락보다는 유럽 은행 위기설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경기 침체로 은행의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마이너스 금리로 예금 보관료 부담이 늘어나 금융 업체들이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내년에 일부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9일(현지 시각)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10% 가까이 하락했고,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 등 유로존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이나 유가 하락 이슈는 지난달에도 악재로 작용한 만큼, 학습효과가 있어 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며 "설 연휴 동안 유럽 은행 부실 이슈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지연 등 유럽 쪽 악재가 새롭게 부각됐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유럽 쪽 악재가 잦아들 때까지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산유국 자금 중심으로 이탈했다면, 앞으로는 유럽계 자금도 같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올 시점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저가 매수 대응도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달 말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오는 16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회의가 증시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외환 시장 내 투기 거래 규제와 통화 스왑 등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달 말 이후로는 주가지수가 추가 급락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그들은 전망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반등하기 위해서라면 유럽 은행 부실 이슈와 국제 유가 급락 등 악재가 해소돼야 하겠지만, G20 재무장관 회의와 한국은행 금통위 등의 이슈가 있어 지수의 추가 하락은 방어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1840까지 내려간다면 그 때는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들어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