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인들이 옛 이란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최근 풀린 뒤 세계 각국에서 매월 수백명의 기업인들이 이란으로 몰려와 이란은 초(超)경쟁 시장이 됐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 기업이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駐韓) 이란 대사는 이달 초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얻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자금력이 뒷받침된 유럽·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버텨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 대사는 이달 4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다른 외국 기업과 달리 끝까지 현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공사를 끝내는 등 의리를 지켜 이란 내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최대한 빨리 이란 시장에 진출해 이란의 경제 재건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타헤리안 대사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풀린) 지난달 17일 이후 삶이 달라졌다"며 "한국 정부 각 부처·기업 관계자 면담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숨돌릴 틈조차 없이 바쁘다"고 했다. 2014년 7월 부임한 타헤리안 대사는 주한 이란 대리 대사, 주(駐)북한 대사, 이란 외무부 극동·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을 지낸 '한국통(通)'이다.

이란은 요즘 세계경제의 '뜨는 별(★)'이다. 원유 확인매장량은 세계 4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와 1, 2위를 다투는 자원 부국(富國)인 데다, 8000만명의 총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30대(代) 미만이란 점에서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중단된 경제 발전의 속도를 내기 위해 이란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에만 총 1850억달러(약 21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의료 등 비(非)석유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다.

타헤리안 대사는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과 관련해 최대 관건으로 '자금력'을 꼽았다. "이란 정부는 투자 자금의 대부분을 외자 유치로 충당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란에서 플랜트 사업 등을 수주하려면 투자 자금을 상당 부분 자체 조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과 이란 기업과의 다양한 합작(合作)을 추진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제조 분야 기술력과 이란의 젊고 풍부한 인력을 결합하면 이란과 인근 중앙아시아 등 3억명의 거대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습니다."

타헤리안 대사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진출이 유망한 분야 중 하나가 '의료'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란 내 병원 건립에 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경우 한국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병원을 짓고 한국은 첨단 병원 운영관리시스템까지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특수(特需)'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최근 치열하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재 해제 이후 외국 정상으로 이란을 가장 먼저 찾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연내 이란 방문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상반기 중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타헤리안 대사는 "포스코가 내년 상반기 이란에 현지 제철소를 착공할 예정이며, 현대차는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생산을, 두산중공업, 한국전력도 각각 플랜트 사업 진출을 각각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이후 원유 수출을 하루 50만배럴씩 늘렸다. 우리는 제재 이전에 갖고 있던 시장 점유율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당분간 원유 감산(減産)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