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활강 경기장인 정선 알파인코스를 디자인한 버나드 루시(스위스).

"가리왕산은 오늘 월드 클래스의 알파인스키 코스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국내 최초의 활강 경기장인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을 디자인한 버나드 루시(68·스위스)는 4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루시는 세계적인 스키장 디자이너다. 1988년 캘거리올림픽부터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올림픽 활강 코스가 없을 정도다.

정선 슬로프 한가운데에는 소나무 숲을 살려 놓은 '블루 드래건'이란 코스가 있다. 루시는 "오후 5시쯤에 보면 코스가 푸른 빛을 띠면서 마치 용이 튀어나올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코스 옆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엔 '매직 트리'란 이름을 붙였다.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이 깃든 나무다. 루시는 "경기장 자리에 이런 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참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이렇게 훌륭한 아이(정선 경기장)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도 마법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간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스를 구상하고 허가받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15년이나 걸렸다"며 "참으로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코스에 대해 루시는 "선수들이 '5~6번을 탔는데도 여전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경기장의 난이도를 1부터 10까지 매긴다면 정선 경기장은 4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10까지 세팅이 가능한 변화무쌍한 경기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선 경기장에서 첫 공식 연습 레이스를 마친 외국 선수들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독특한 경기장"이란 평가를 내놨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벤저민 톰슨(캐나다)은 "정선 경기장은 유럽의 어떤 경기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지녔다"며 "코스는 다소 짧지만 다리가 타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leg burn)이 드는 곳이 있는 등 독창적인 면이 있었다"고 했다. 세계 랭킹 3위 아드리안 테오(프랑스)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보다 기술이 좋은 선수가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1위를 한 얀스루드(노르웨이)는 "눈 상태가 정말 좋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장 운영에 대해선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세계 랭킹 2위 피터 필(이탈리아)은 "경기장과 숙소를 오가기 불편하고 출발선의 텐트가 허술해 너무 춥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