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은 지난해 매출 12조4584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 넘게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하루 전인 2일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조6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대비 359% 증가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20조2066억원)에서 영업이익(1조8236억원)이 차지하는 이른바 영업이익률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9%를 기록했다.
국내외 기업이 경기(景氣)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상 최고 경영 실적을 내는 국내 기업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다른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산업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반 소비재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적고 경기 변동에도 민감하다"며 "하지만 부품·소재 등 B2B 산업은 수요가 꾸준하고 영업이익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불황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 낸 효성
효성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원동력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 같은 부품·소재 분야의 호조다. 신축성 있는 섬유인 스판덱스는 주로 기능성 의류에 쓰인다. 예전에는 속옷·스타킹 등에만 사용됐으나 최근엔 고가(高價) 양복이나 아웃도어 등에도 들어간다.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스판덱스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효성 섬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3년 2700억원에서 지난해 4260억원으로 치솟았다.
타이어의 내구성(耐久性) 을 높여주는 특수 섬유인 타이어코드도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타이어코드가 포함된 효성 산업자재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3년 860억원에서 지난해 1470억원이 됐다. 세계적으로 타이어 업계가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타이어코드가 들어가는 고가 타이어 수요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이정원 효성 상무는 "미국·중국 등에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에 대한 새 수요처가 대거 생겨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불황 잘 견디는 부품·소재 분야
대표적인 B2B 산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업계도 대규모 흑자를 냈다. 이유는 저유가로 인해 원료 비용이 감소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저유가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석유화학 중에서도 페트병 제조에 쓰이는 PTA 제품 같은 범용 제품보다, 포장재부터 자동차 내장재까지 용도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인 에틸렌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범용 PTA 제품은 중국 업체들이 설비를 크게 늘렸지만 에틸렌 제품 공장은 건설에 수조원씩 들어가는 투자 비용 때문에 아직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따라오지 못한 상황이다.
LG화학의 경우 LC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편광필름 등 부품·소재 산업과 석유화학 등의 호조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 늘었다. 성환두 LG화학 상무는 "우리나라의 LCD 산업 성장세는 정체돼 있지만, 중국 LCD 산업이 커지면서 편광필름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남장근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부품·소재는 생산 공정에 맞춰져 공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매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기술력을 무기로 한번 거래를 트면 불황과 무관하게 장기간 거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로 부품·소재 등을 다른 기업에 대량 납품하는 형태가 많다. 기업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 형태는 B2C(Business to Consumer)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