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만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돼 상용화 단계로 들어갔다. 연구진의 예상대로 3년 내 기술이 상용화되면 뇌 영상으로는 알 수 없는 초기 단계의 치매까지 진단할 수 있어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치매 조기 진단 기술을 일진그룹 계열 의료기기 회사인 알피니언 메디칼시스템에 이전했다"고 1일 밝혔다.

혈액으로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수백 개 연구팀이 매달렸지만 한 곳도 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영상 장비로도 뇌에 해당 단백질이 뭉쳐진 것을 진단할 수 있으나 이때는 이미 치매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단계이다. 인지기능 검사나 뇌 척수액 검사도 병이 진행된 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KIST가 개발한 진단법은 뇌에서 혈액으로 스며 나온 극미량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법이어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지금까지 혈액으로 치매를 진단하기 어려웠던 것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혈액에 불규칙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혈액이라도 단백질이 없는 곳을 검사하면 정상인으로 오진(誤診)할 수밖에 없었다. KIST 김영수 박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액에 골고루 퍼지도록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정확도도 훨씬 뛰어나다. 연구진은 아산병원에서 제공받은 혈액 샘플을 분석해 93%의 정확도로 치매 환자를 가려냈다. MRI나 PET를 이용한 진단법은 정확도가 70~80%에 그친다. 비용도 기존 진단법은 1회에 50만~70만원이나 되지만, KIST 진단법은 5만~10만원으로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