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15년 적자를 냈다. 1968년 회사 창립 47년 만에 연간 960억원 적자를 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자, 온 나라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당당히 흑자를 내며 위기의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포스코가 무너졌다.
2011년 52만원이던 주가는 5년 만에 17만원대로 추락했다.
포스코의 적자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전임 회장 시절 인수·합병 했던 국·내외 계열사들이 커다란 손실을 내며 포스코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거듭된 해외 투자 실패로 현대제철 등 후발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경영진이 작년 한 해 비용 절감에 성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판재류 등 제품 혁신에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세계적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주가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 작년 200개 계열사 대부분 적자…전임 회장은 배임 혐의로 재판 중
포스코는 국내 43개, 해외에 178개 계열사(2015년 3분기 기준)를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다. 작년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파산한 계열사가 나왔다. 포스코 손자 회사인 포스하이알은 법정 관리 중이지만, 사려는 기업이 없어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은 작년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계열사 정리에 나서 포스하이메탈, 포뉴텍, 뉴알텍 등 34개사를 정리했다. 2017년까지 91개 계열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를 주도했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회장 재임 시절 인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성진지오텍 지분을 비싸게 인수, 포스코에 16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계열사 대표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고, 최고급 와인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등 포스코그룹은 작년 내내 검찰 수사에 시달렸다.
◆ "원료 가격 하락, 환율 상승으로 1조6000억원 손실"
포스코는 2015년 매출 58조190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25%씩 줄어들었다. 연초에 67조4000억원 매출을 장담했지만 실적은 9조원이나 적었다.
포스코는 국‧내외 시황 부진에 따른 자회사 손실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거액의 영업외 손실도 적자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작년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투자한 광산 감액 등 자산손상(8600억원), 외환손실(6900억원), 신일본제철과의 소송 합의금(2900억원), 순이자비용(5700억원), 법인세비용(3300억원) 등 엄청난 평가 손실을 입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 있다. 작년 철강제품 3534만톤을 팔아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제품인 월드 프리미엄(WP) 제품과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한 8.7%를 기록했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 "솔루션 마케팅 적극 나설 것…다음 주 이란과 MOU 체결"
포스코는 "3월 11일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사업 목적에 철강 기술 설비 및 엔지니어링 부분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는 최근 20년 동안 세계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철강 회사다. 다른 철강 회사에 없는 고유 기술이 100가지가 넘는다. 이를 활용, 로열티 등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 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16일 "16억달러(한화 1조9000억원)가 투자되는 이란 제철소 사업에 파이넥스 공법을 이전하는 등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가진 공법에 관심을 가진 회사들이 많다. 20개 업체와 기술 이전을 협의하고 있다. 이란과는 다음 주쯤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 "중국 철강 구조조정 기대…불공정 저가 수입재에 반덤핑 제소 준비 중"
"포스코 해외 자회사 부진은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 공급 때문"이라고 권 회장은 설명했다. 권 회장은 "중국 내 소비가 줄어들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주변국, 특히 동남아 지역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철강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밀고 들어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중국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권 회장은 "최근 리커창 총리가 중국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중국 철강업체 50~80%가 적자인 만큼 중국 정부가 심각성을 느끼면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중국산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준비 중이다. 오인환 포스코 부사장(철강사업본부장)은 "작년 철강 수입량은 국내 수요의 40%가 넘는다. 수입 비중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거의 없다. 불공정 저가 수입재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기사
포스코플랜텍, 지속적 적자로 울산공장 생산중단 <2016. 1. 28>
포스코플랜텍, 자본금 전액 잠식에 상장폐지 위기 <2016.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