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추세가 1년여만에 다시 꺾였다. 스마트폰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효자노릇을 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까지 이익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조1400억원, 매출 53조32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前) 분기보다 17% 줄었고, 매출은 3% 늘었다. 2014년 3분기 4조원대로 주저앉았던 영업이익은 1년간 'V'자 반등을 하다가 다시 꺾였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연간 매출액은 200조650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6조4100억원이었다. 매출은 4년 연속 200조원 기록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전년보다 3%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증권업계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증권업계는 6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특히 4분기는 대규모 판촉 행사가 이어지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완제품과 부품 사업 모두가 부진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연말 재고 조정에 따라 판매가 줄었고, 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 IM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 매출은 25조원이었다.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수요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공급과잉으로 판매단가가 내렸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4분기에 영업이익 2조8000억원, 매출 13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증권가의 기대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디스플레이(DP)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판가 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실적이 나빴다.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 그쳤고, 매출은 6조5300억원이었다.

소비자가전(CE)은 선방했다. 4분기 매출이 늘었다. 북미를 비롯한 선진시장에서 TV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또 북미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홍보가 좋은 결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확대도 한몫했다. CE는 4분기에 영업이익 8200억원, 매출 13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3분기와는 달리 발목을 잡았다. 원화 강세로 TV 등 세트사업에서 4000억원 수준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장 환경이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년간 호황을 누렸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다시 불황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스마트폰의 수요가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무게중심을 프리미엄에서 중저가로 이동하고 있는데,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으로 설 자리를 계속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의 경우 고성능 제품인 DDR4, LPDDR4 D램과 10나노급 공정 개발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낸드플래시는 3차원 수직구조 제품의 3세대 양산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LSI에 대해선 14나노 이하 공정을 바탕으로 거래선을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향상과 생산성 증대에 주력한다. 완제품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차별화에 집중하고 웨어러블 제품군을 늘려 대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25조5000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14조7000억원, 디스플레이에 4조7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