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골절의 원인이 골다공증에서 비롯된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실제 뼈처럼 튼튼하게 지탱하고 근육과 밀착되는 인공 뼈가 필요합니다. 인공 뼈로 국제 특허를 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거쳐 세계적인 상품에 도전하겠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시작된 지난 19일, 미국 컬럼비아대 치대 교수이자 벤처기업 오스테오진 창업자인 오선호(사진) 교수를 서울에서 만났다.
오 교수는 1986년 연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 영남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오 교수는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테네시주립대에서 포스트닥(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텍사스주립대 교수로 재직했다. 2011년부터는 컬럼비아대 치대 교수로 근무하면서 인공 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전남대에서 인공 뼈 연구 성과를 강의하기 위해 2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오 교수는 인공 뼈를 환자 몸 속에 이식해 뼈의 재생을 돕고 뼈를 근육에 밀착시키는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013년 창업한 오스테오진을 통해 올해부터 그가 개발한 인공 뼈의 상용화에 도전한다. 오 교수로부터 인공 뼈 연구 배경과 창업 상황, 한국이 도전할 만한 연구 분야에 대해 알아봤다.
◆美 국군병원에서 인공 뼈 연구 시작…벤처도 창업
-인공 뼈란 무엇인가. 인공 뼈가 실제 뼈를 대체할 수 있나.
"인공 뼈는 골절이나 골다공증으로 뼈가 손상된 환자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뼈를 말한다. 인공 뼈는 실제 뼈에 가까운 재료와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 인공 뼈는 외형만 고려해 내부 밀도가 비어있는 제품이 많다. 인공 관절 수술을 한 다음 10년 이내 재수술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컬럼비아대에서 개발 중인 인공 뼈는 'CaP'라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뼈 부위에 이 제품을 이식하면 뼈세포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게 돕는다. 회복된 뼈세포를 중심으로 근육도 자연스럽게 밀착된다. 뼈세포가 여러겹으로 촘촘하게 쌓이면 뼈의 밀도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재료공학 분야에서 특별히 인공 뼈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03년 테네시주립대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 대학 근처에 국방부 소속 국군병원이 있었다. 여기서 뼈 손상에 대한 세미나가 많이 열렸다. 당시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있던 시기라 국군병원에 총상을 입은 군인 환자들이 많았다.
총상 환자들은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팔·다리 뼈와 근육에 화약이 퍼져 심각한 감염이 발생한다. 이때 의사들은 환자의 뼈를 살리기 위해 손상된 뼈를 최소한으로 잘라낸다. 하지만 뼈 부위에 남아있던 작은 감염이 온몸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위험 부위의 뼈를 모두 잘라내면 감염 위험이 적다. 과감히 절단한 뼈 부위에 인공 뼈를 대체하면 감염 위험을 막고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공 뼈를 생산하는 벤처도 창업했다고 들었다. 컬럼비아대에서 창업을 지원해줬나.
"2013년 컬럼비아대의 지원으로 오스테오진(Osteogene Tech)이라는 인공 뼈 회사를 창업했다. 올해부터 이 회사를 통해 인공 뼈의 상용화와 식품의약국(FDA) 제품 등록을 진행한다.
텍사스주립대 재직 시절 이미 인공 뼈와 관련한 국제 특허를 받았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수가 등록한 특허는 대학에 귀속된다. 다만 해당 교수는 '실시권'이라는 특허 소유권을 갖게 된다. 2011년 컬럼비아대로 옮긴 다음에도 해당 특허로 상품화를 진행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기술이전이 이뤄지면 교수 개인이 특허사용료(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서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에서 창업을 어디까지 지원해주고 있나.
"미국 대학들은 교수나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미국 대학은 벤처 창업을 전문으로 해주는 지원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테크놀로지 벤처 컬럼비아'라는 전담 조직에서 지원하고 있다.
전담 조직 덕분에 교수가 창업 과정에 관여하지 않아도 전담 직원과 변호사가 모든 서류작업을 해준다. 특허 홍보, 연구 성과 전시 등 외부 기업과 연구자를 연결해주는 일도 모두 전담부서가 맡는다. 교수는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미국 대학에서 창업이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대학도 수익성을 고려한다. 대학이나 교수 모두 연구가 활성화되면 저절로 수익이 따라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는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를 연구해 1년에 수백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탠퍼드대나 메사추세츠공대(MIT) 등도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 분야는 필요한 제품이 많고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 특허 넘어 FDA 등록까지 고려해야...유망 분야는 '의료영상'
-미국과 비교해 한국 대학의 연구 환경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도 인공 뼈와 관련한 공동 연구를 하자는 요청이 많이 온다. 하지만 한국과 공동 연구를 하려면 장벽이 너무 많다. 미국은 모든 계약서를 대학에 소속된 변호사가 검토하고 변호사가 직접 사인한다.
반면 한국은 교수가 서류 작업부터 행정 절차까지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한다. 공무원이나 교직원이 일부 도와주긴 하지만 이들은 전문성이 부족하다. 선진국과 공동 연구를 하려면 반드시 대학 내 변호사 등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특허를 받은 연구를 상용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연세대 의대 등에서 매년 특허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 특허는 연구 논문을 내고 특허를 등록하는 그 자체에만 급급한 것 같다. 미국은 특허 자체가 아니라 시장 논리에 얼마나 충실한지, 상품화가 가능한지를 따진다. 한국 대학도 창업을 통한 상품화를 지원해야 한다.
미국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품의약국(FDA) 허가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FDA 허가 준비 단계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10~100배 이상 올라간다. 한국 연구진들도 특허 등록을 넘어 FDA 등록까지 도전해야 한다."
-제품이 FDA에 등록되기 위한 조건이 따로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기술이 복잡하지 않고 이용자에게 혜택을 줄수록 FDA 허가를 받기 쉽다. 예를 들면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 대비 30~40% 정도의 효능이 있으면 허가를 받는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지만, 200% 이상 효능이 있을 때는 허가를 받기 쉽다. 연구하는 제품이 FDA에 등록될 수 있도록 연구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어떤 연구 분야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나.
"한국은 의료영상 기술이 발전했다.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진단기기 쪽의 고화질 영상기술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많을 것이다. 의료영상 분야는 축적된 원천기술이 없어도 영상을 잘 활용해 고도화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뇌 영상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할 수 있다.
한국은 무조건 미국,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해야 한다. 국내에서 머뭇거리기엔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 인공 뼈나 신약 분야는 100년 이상 연구에 매진한 세계적인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연구에 집중할 것인가.
"인공 뼈 다음에는 뼈에 전이된 암 세포를 연구할 것이다. 생각보다 암세포가 뼈에 전이되는 일이 많지만 의학적인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뼈를 수십~수백 단계로 나누다 보면 암이 뼈에 전이된 시작점과 예방법을 알 수 있다. 뼈에 전이된 암세포를 미리 탐지하는 진단기기의 연구를 시작해 특허를 받았다."